성을현 충남대학교 과학기술지식연구소 교수
성을현 충남대학교 과학기술지식연구소 교수
대덕연구단지가 대덕연구개발특구(이하 대덕특구)로 지정된 지 16년이 지났다. 이제는 제법 여느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들 못지않게 그 형태도 잘 갖췄다. 현재 대덕특구에는 카이스트 등 7개의 대학교와 ETRI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26개, 기업 1950여 개, 그리고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등 다수의 지원기관이 입주해 있다.

입주기관의 확대뿐만 아니라 많은 성과도 일구어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 특구지정 이후 2019년까지 매출 약 2조 6000억 원에서 54조 원으로 21배, 고용 2만 3558명에서 22만 9739명으로 10배, 총 연구개발비 약 1조 8000억 원에서 약 11조 원으로 6배, 특허 건수 2005년 2만 8560건에서 2019년 14만 8195건으로 5배 증가했다. 16년이란 기간 동안에 일궈낸 것으로는 엄청난 실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렇듯 성공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대덕특구에 아직 해결해야 할 실질적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기술사업화의 증대이다. 현재 특허 건수 대비 기술이전 건수만 비교해봐도 약 7% 정도로 기술사업화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대덕특구 지정의 가장 큰 이유가 `공공기술의 사업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술사업화는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지만,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술을 이용하여 제품을 개발·생산 또는 판매하거나 그 과정의 관련 기술을 향상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사업화의 완성은 제품을 위한 기술 개발부터 시장에 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왜 대덕특구에서 기술사업화가 잘 안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지금껏 많은 연구자들이 그 원인을 내놓고 있지만 필자가 실무적 관점에서 보는 시각은 크게 6가지이다. 첫째는 연구개발(R&D)과 비즈니스(Business)간의 분절이다.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자와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기업가들의 업무영역이 너무 다르고, 기술사업화 역량이 현실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둘째는 기술연계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장 갭(Gap)이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은 대부분 기술연계를 담당하는 TLO(기술이전 전담조직)를 소유하지만 현장에서는 인력, 정보, 막연한 두려움 등의 이유로 기업과 연구기관(대학) 간에 기술연계가 쉽지 않다. 셋째는 조직과 개인 간에 나타나는 인식 및 행위 거리 차의 존재이다. 본부 차원에서는 기술사업화를 중시하더라도 개별연구자들은 기술사업화를 중요하지 않게 인식, 본부 방향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넷째는 기술사업화 참여연구자들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이다. 실제 기술사업화 연구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에게 부여되는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 다섯째는 국가혁신체계(NIS)와 지역혁신체계(RIS) 간의 불일치이다. 대전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다수가 있지만 이들은 NIS를 지원하는 중앙기관으로 대전지역에만 기여하는 일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기술사업화 또한 대전기업에 대해 더 적극적일 수 없다. 마지막 6번째는 지나친 기술중심의 기술사업화 지원정책이다. 기술사업화는 기술개발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지만 대덕특구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기술사업화 지원사업들은 기술중심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기술사업화사업의 경우 기술개발이 70% 정도이고 나머지 30%에 마케팅과 디자인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출연구기관 중심으로 기술사업화가 추진되다 보니 이들이 잘하는 기술중심의 사업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구조로는 성공적 기술사업화가 쉽지 않음은 누가 보더라도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대덕특구는 2005년 지정된 이래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을 중심으로 각 주체들이 기술사업화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그 노력 덕분에 오늘의 성과도 낳을 수 있었다. 대덕특구가 지금보다 더 나은 발전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적시한 기술사업화의 문제점들이 관련 정책자들에 의해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성을현 충남대학교 과학기술지식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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