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 청약 가능…도입 취지 무색 부작용 속출
전매 목적 투기세력 유입·집값 폭등·역차별 논란
실거주 무주택 서민 위한 청약제도 개선 서둘러야

맹태훈 취재3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맹태훈 취재3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국회, 청와대, 정부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 "길거리 국장, 카톡 과장을 줄이려면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더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 지난해 7월 20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시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목표로 한 국회와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을 주장한 내용이다. 여당 유력인사가 `행정수도 완성`을 외친 지 1년이 됐다. 이 기간 국회와 청와대 이전 등은 답보상태에 머무른 반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국적으로 부동산이 요동을 친 가운데 행정수도 완성은 세종에 메가톤급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세종시 아파트 가격의 누적 상승률은 매매가 기준 21.6%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가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르며 누적 상승률이 53.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국의 매매가(10.8%)와 전세가(9.7%)에 견줘 세종의 상승률이 각각 두 배, 다섯 배 높았다.

이러는 사이 세종의 무주택 서민은 상실감만 커지고 있다. 3억-4억 원 하던 30평대 아파트가 10억 원을 훌쩍 넘어서며 매매를 통한 내 집 장만은 언감생심이 돼버렸다. 행정수도 완성의 호재와 임대차3법 등의 영향으로 전세 가격마저 폭등 수준으로 올라서며 계약기간 만료일만 생각하면 좌불안석인 게 세종 무주택자의 현실이다. 월세와 전세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희망하지만 집 없는 고통과 설움만 커져가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무주택 서민들이 기댈 수 있는 한줄기 빛은 무엇일까? 바로 청약이다. 더욱이 특혜 논란 끝에 이전기관 종사자에 대한 특별공급이 사라지며 일반 분양에서의 청약 기회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세종 지역 무주택 서민들의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일반분양의 절반을 전국구 청약으로 풀어놓은 세종만의 독특한(?) 주택공급 정책으로 인해 무주택 서민들은 또 한 번 상실감에 직면한 상태다. 그동안 세종에서의 아파트 공급은 전체 물량 중 40%가 이전기관 종사자에게 돌아갔고 장애인 특별공급 등 기관추천이 10%를 차지했다. 나머지 절반은 일반 특별공급과 일반 공급으로 나눠 청약이 이뤄졌는데, 여기서 50%가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한 `기타 지역`으로 풀리는 구조다. 예컨대 이전기관 특공이 사라진 상황에서 100가구가 공급된다고 가정할 때 50가구는 세종 지역민에게 나머지 50가구는 서울과 수도권 등 세종 외 지역에서 청약의 기회를 가져간다는 얘기다. 투기자본이 대거 몰리는 `묻지마 청약`이 가능해진 이유다. 결국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인구유입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청약기회를 전국으로 넓혔던 주택공급 정책이 도입 취지와 거리가 멀게 투기세력 유입에 따른 청약광풍만 일고 지역민을 외면하는 청약제도로 전락한 것이다. 더욱이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타 지역 물량 배정은 자칫 세종 지역 무주택 서민에게 역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목이다.

세종의 주택공급 정책을 놓고 지역의 여론도 싸늘하다. 세종의 경우 전체 100가구 중 46가구가 무주택 가구로 지역민들도 주택을 공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청약기회의 절반을 외지인들에게 돌리는 것은 비상식적인 규칙일 수 있어서다. 세종시가 제도 개선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시 관계자는 "기타 지역 공급비율을 낮추거나 세종 지역민에게 공동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 정부 부처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춘희 시장도 "기타 지역 공급 효과가 유효하지 않아 차단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정부가 세종의 전국구 청약제도를 손질한다. 이는 세종시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기타 지역을 폐지하자는 여론이 급부상 한데 따른 것이다. 또한 외지 투기세력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읽힌다. 중요한 것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이다. 투기꾼들이 아닌 무주택 서민이 세종에 보금자리를 마련할 때 행정수도 완성은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맹태훈 취재3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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