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들 "콘크리트 화단서 어린나무는 고사 예견된 일"
이한영 서구의원 "280억 예산 들인 물순환사업 계획부터 잘못돼"

대전시가 물순환선도사업의 일환으로 둔산 일대 어린 나무를 식재한 가운데, 청사로에 심어진 나무가 갈색으로 변했다. 사진=박우경 기자
대전시가 물순환선도사업의 일환으로 둔산 일대 어린 나무를 식재한 가운데, 청사로에 심어진 나무가 갈색으로 변했다. 사진=박우경 기자
2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 월평동 황실네거리 인도 옆, 청사로를 따라 갈색 잎이 누렇게 뜬 어린 나무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도로변을 따라 줄 지어 있는 콘크리트 식재지마다 어린나무 3-5그루가 엉성하게 심어져 있었다. 일부는 잎이 불에 탄 듯 잎이 거뭇하게 변한 상태였다. 줄기부터 잎까지 모두 황갈색으로 변한 어린나무들은, 푸른 이파리를 길게 늘어뜨린 큰 가로수와 대조돼 더욱 앙상해 보였다.

콘크리트 식재지는 가로1m, 세로 40cm 크기였다. 나무 5그루가 한데 자라기에는 턱없이 좁아보였다. 식재지 안 토양은 대부분이 말라 있었다.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무더운 날씨였는데, 콘크리트 식재지 안은 오랜 시간 방치된 듯 보였다. 이미 플라스틱 컵 등의 쓰레기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전시가 아스팔트·시멘트로 뒤덮인 둔산 일대 등을 빗물이 잘 스며들어 물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는 `친환경 물순환 도시`로 조성키로 하며 추진 중인 물 순환 시범사업의 효과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사업`의 하나로 총사업비 280억 원 중 250억 원을 투입해 대전 서구 둔산·월평·갈마동 일대 2.67㎢에 빗물 정원과 물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식생 수로 등을 설치하고, 대덕대로와 한밭대로, 둔산로 등 지역에는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공간을 확보해 식물재배 화분 등 식생형 시설 1300여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도로변에는 빗물이 지하로 잘 스며들도록 유도하는 침투 측구를 18.9㎞에 걸쳐 조성키로 했다.

또한, 서구지역 내 샘머리·은평·갈마·둔지미·시애틀·보라매 등 6개 근린공원 일대 36.8㏊에는 빗물 정원, 도랑에 자갈 등을 채워 여과한 빗물을 토양으로 스며들도록 하는 `침투 도랑`, 빗물이 스며들 수 있는 `투수 블록`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일부 나무가 고사하고, 어린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통행이나 야간 보행 등 안전 사고 발생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과연 빗물 유출이 최소화되고, 물 순환 기능이 회복될 수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없지 않다.

둔산동 인근 주민들은 식생수 고사가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다. 주민 박모씨는 "애초에 이렇게 좁은 아스팔트 화단에 식물을 심는다는 게 말이 안 됐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도 생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어림 잡아봐도 절반은 죽어나간 것 같은데 굉장히 안타깝다. 저런 사업을 왜 하는 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월평동의 한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에서는 해당 사업에 대한 원상복구를 원하는 입주민들의 뜻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전 서구의회 이한영 의원은 "콘크리트 독성이 상당한데 그 안에서 어린나무들이 생육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대전시와 환경공단 280억이라는 예산을 들이면서 이런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건 계획부터가 잘못 꿰어진 게 아닌지 궁금하다"며 "시는 식재지 사이로 빗물을 스며들게 한다고 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모래와 흙이 계속 쌓이게 될 것. 투수 성능이 떨어지면 뻘이 될 텐데, 그 불편함은 모두 주민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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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로 인근 대전시 물순환선도사업의 일환으로 심어진 어린 나무가 앙상한 줄기를 내놓고 있다. 사진=박우경 기자
청사로 인근 대전시 물순환선도사업의 일환으로 심어진 어린 나무가 앙상한 줄기를 내놓고 있다. 사진=박우경 기자

박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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