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
>

[골프칼럼] 도쿄올림픽과 '통석(痛惜)의 염(念)'

2021-07-22 기사
편집 2021-07-22 07:22:16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유상건 상명대학교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영화 기생충에서 살 길이 막막한 기택(송강호 역)이 "넌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말한 것은 아마도 계획의 허망함을 알리기 위함이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바로 무계획'이라 설파하지 않았을까. 계획의 무력함과 관련한 또 다른 명언은 마이크 타이슨이 남겼는데, "경기 전에 사람들은 상대가 이렇게 저렇게 나올 거라고들 말하지만, 다들 나에게 맞기 전까지만 계획이 있더라"고 일갈했다.

우리 인생과 마찬가지로 치밀하게 짜인 국가의 계획도 종종 의도와 목표대로만 진행되지는 않는 것 같다.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 사실 이번 올림픽은 한국(평창동계올림픽)-일본-중국(베이징동계올림픽)으로 연결되는 아시아의 '올림픽 시리즈'라 기대가 컸다. 더욱이 체조의 트램펄린 종목 외에 스포츠클라이밍, 서핑, 스케이트보딩, 3대3 농구 등 새로운 종목이 선보이고 성평등 가치라는 측면에서 육상과 철인 3종 경기에서 혼성계주가 편성돼 기대가 컸다. 그런데 팬데믹으로 인해 대회가 연기된 데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으로 진행되는 등 애초의 계획에서 한참을 벗어났다. 일본 국민의 절반이 넘는 인원이 올림픽에 회의적이라는 것도 계획서 상에는 없었을 것이다.

일본은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최고의 환대를 뜻하는 '오모테나시'를 표방했다. 그런데 개막이 가까워지면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을 대하는 태도가 영 불편하고 아쉽다. 아베 정권은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으로 부터의 회복과 일본 경제의 재건을 위해 대회를 기획했다. 지난 64년 도쿄올림픽은 원자폭탄과 전쟁의 폐허에서 채 20년도 되지 않아 재기했음을 알리는 일본의 신호탄이었다. 전쟁이라는 반인륜적 범죄의 기억을 무마시키고 '선진국 리그'에 재 가입시킨 달콤한 추억이었다. 그래서 2020년에 열리기로 했던 도쿄올림픽은 그럴싸한 '역사의 벤치마킹'이었던 셈인데 뜻하지 않은 역병에 발목이 잡혔다. 팬데믹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큰 문제라 누구나 빠른 해결을 바라고 이번 올림픽도 최소화된 영향과 피해 속에 잘 치러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의도와 계획' 중 수긍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올림픽 선수단에 후쿠시마 산 식재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원전사고 지점 인근에서 경기(야구와 소프트볼)을 여는 것까지 생각해 보면 자신들의 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 '올림피언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일본 야구대표팀의 금메달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 조차 힘든 대진표까지 생각하면 참으로 '이상하고 억지스런' 대회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으로 10조원을 넘는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국 내 올림픽 스폰서가 TV광고를 하지 않는 등 손절매 사태도 나오고 있다. 선수촌 등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는 것도 불가피해 보여 일부 경기는 파행적으로 치러질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지가 보도했듯이 도쿄올림픽은 일본의 계획과 달리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아키히토 전 국왕은 노태우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식민통치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웃의 상황이 영 녹록치 않아 보여 우리도 '통석(痛惜)의 염(念)'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