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과 마찬가지로 치밀하게 짜인 국가의 계획도 종종 의도와 목표대로만 진행되지는 않는 것 같다.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의 경우가 그렇다. 사실 이번 올림픽은 한국(평창동계올림픽)-일본-중국(베이징동계올림픽)으로 연결되는 아시아의 `올림픽 시리즈`라 기대가 컸다. 더욱이 체조의 트램펄린 종목 외에 스포츠클라이밍, 서핑, 스케이트보딩, 3대3 농구 등 새로운 종목이 선보이고 성평등 가치라는 측면에서 육상과 철인 3종 경기에서 혼성계주가 편성돼 기대가 컸다. 그런데 팬데믹으로 인해 대회가 연기된 데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으로 진행되는 등 애초의 계획에서 한참을 벗어났다. 일본 국민의 절반이 넘는 인원이 올림픽에 회의적이라는 것도 계획서 상에는 없었을 것이다.
일본은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최고의 환대를 뜻하는 `오모테나시`를 표방했다. 그런데 개막이 가까워지면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을 대하는 태도가 영 불편하고 아쉽다. 아베 정권은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으로 부터의 회복과 일본 경제의 재건을 위해 대회를 기획했다. 지난 64년 도쿄올림픽은 원자폭탄과 전쟁의 폐허에서 채 20년도 되지 않아 재기했음을 알리는 일본의 신호탄이었다. 전쟁이라는 반인륜적 범죄의 기억을 무마시키고 `선진국 리그`에 재 가입시킨 달콤한 추억이었다. 그래서 2020년에 열리기로 했던 도쿄올림픽은 그럴싸한 `역사의 벤치마킹`이었던 셈인데 뜻하지 않은 역병에 발목이 잡혔다. 팬데믹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큰 문제라 누구나 빠른 해결을 바라고 이번 올림픽도 최소화된 영향과 피해 속에 잘 치러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의도와 계획` 중 수긍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그중의 하나가 올림픽 선수단에 후쿠시마 산 식재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원전사고 지점 인근에서 경기(야구와 소프트볼)을 여는 것까지 생각해 보면 자신들의 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 `올림피언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일본 야구대표팀의 금메달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 조차 힘든 대진표까지 생각하면 참으로 `이상하고 억지스런` 대회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으로 10조원을 넘는 손실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국 내 올림픽 스폰서가 TV광고를 하지 않는 등 손절매 사태도 나오고 있다. 선수촌 등에서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는 것도 불가피해 보여 일부 경기는 파행적으로 치러질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지가 보도했듯이 도쿄올림픽은 일본의 계획과 달리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아키히토 전 국왕은 노태우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식민통치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웃의 상황이 영 녹록치 않아 보여 우리도 `통석(痛惜)의 염(念)`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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