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대상자 선정기준에 "밀집도 높아질 것"
학부모 간 갈등·어린이집 민원도 곳곳서 속출

사진=대전일보DB
사진=대전일보DB
"학부모들에게 가정 돌봄을 최대한 권고하고 있지만 등원을 원하는 아이들을 막기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지난 20일부터 휴원에 들어간 서구 지역 한 어린이집 원장의 하소연이다.

대전 서구 도안동 한 태권도장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세로 대전 전체 어린이집이 내달 초까지 휴원에 돌입했지만 추가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다. 돌봄 공백을 막기 위한 긴급보육 신청 기준이 모호해 가정 돌봄이 가능한 원생까지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대전시는 휴원 기간 동안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어린이집 등원을 제한한 가운데 가정 돌봄이 극히 어려운 경우에는 최소한의 긴급보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뚜렷한 대상자 선별기준이 없다. `별도의 이용자격은 없으며 보호자가 가정돌봄의 어려움으로 등원을 희망하면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불명확한 신청 기준으로 인해 기존의 원생들이 대거 등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밀집도가 이전과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실제 서구 한 어린이집 원장은 "지난해 휴원 당시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긴급보육 수요조사를 했지만, 우선 선발대상에서 제외된 전업주부 학부모들의 불만이 속출했다"며 "이처럼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현재는 학부모에게 가정 돌봄으로 최대한 유도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보육정책이 자칫 학부모 간 갈등으로 이어질 조짐도 있다.

다자녀를 둔 주부와 맞벌이 가정은 물론, 여타의 사정에 따라 `긴급돌봄` 우선 순위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학부모들이 다른 학부모에게 긴급보육 신청을 하지 말아 줄 것을 강요하는 사례까지 발생할 정도다.

방역대책과 긴급돌봄 등 두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선 어린이집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유성구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긴급 보육 대상 판단 여부는 어린이집의 재량이지만, 애매한 기준으로 우선 대상을 정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라며 "마구잡이로 희망자를 받아 들일 경우, 밀집도는 휴원 권고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은솔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