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는 도시 (신경진 지음/ 마음서재 / 276쪽 / 1만 4000원)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함께 하고 싶은 순간을 꿈꾼다. 결국 이 같은 바람으로 탄생한 결과물이 결혼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결혼은 자신을 잃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결혼의 장단점은 존재하는 법이고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 할 수 없다. 결혼의 허와 실을 다룬 신경진 작가가 신작 `결혼하지 않는 도시`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저자는 결혼이라는 제대로는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강조한다. 성장과 개발에 초점을 맞춘 1960년대, 자유와 전통이 섞인 1990년대, 개인의 행복이 최우선인 2000년대까지 결혼의 풍속도가 한눈에 펼쳐진다. 장르는 로맨스지만 드라마적 요소만 지닌 단순 연애소설이 아니다. 그 범주를 훨씬 뛰어넘은 미래지향형 소설에 가깝다. 소설 내용이 인물들의 러브라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결혼이 갖는 시대상과 변화의 추이를 끊임없이 관찰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이어 닮은 듯 다른 세 남녀가 등장한다. 이들의 모습을 비교하면 사회적 분위기가 갖는 당시의 결혼상을 대조할 수 있다. 자손 번식과 재산 증식에 매달리는 영임과 하욱, 불안한 청춘 속에 꿈도 사랑도 지킬 수 없는 은회와 정우, 태윤 등이 등장한다. 최근 삼포세대라는 말이 있듯이 결혼이 현실로 다가온 독자들에겐 은회와 정우에게 마음이 갈 수 밖에 없다. 독자는 앞서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결혼의 이면과 마주할 수 있다. 또, 알 수 있다. 결혼은 그저 선택의 문제로 홈쇼핑에서 물건을 골라 담는 일처럼 한낱 기호에 지나지 않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번 저서는 3040세대의 녹록지 않은 일과 사랑을 재조명한 소설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왜 결혼하지 않을까"라는 물음보다 "왜 결혼할 수 없을까"라는 자조가 어울리는 상황이다. 과거와 달리 취업을 통한 안정적인 삶은 갈망할 수 없는 신기루가 됐다. 독자들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는 내용을 읽으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월급에 3분의 1을 월세로 내고 각종 공과금과 세금에 허덕이는 직장인,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돌리며 고군분투하는 청년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저자는 인생 코스에서 밀려난 3040세대에 집중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연애와 결혼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저는 `그 너머의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사랑과 결혼이 갖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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