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과원 8년간 배농사 못 해
일손 부족·화상병 방제 농가 이중고

지난 16일 천안 성환읍의 한 배 과수원 울타리에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경고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최근 천안 지역 배 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확산하고 있다. 20일 기준 화상병 확진 건수는 103건으로 지난 달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박하늘 기자
지난 16일 천안 성환읍의 한 배 과수원 울타리에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경고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최근 천안 지역 배 농가에서 과수화상병이 확산하고 있다. 20일 기준 화상병 확진 건수는 103건으로 지난 달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박하늘 기자
[천안]천안지역 배 농가에 확산하고 있는 과수화상병이 한 달 사이 2배 늘어났다. 일손 부족을 겪는 농가는 화상병 방제까지 신경 써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1일 천안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20일까지 집계한 천안 내 과수화상병 확진은 103건 49㏊다. 지난 달 14일 기준 화산병 확진 건수는 48건 24㏊이었다. 한 달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지난 2015년 천안에서 처음 과수화상병이 보고된 이후 2016년 4건 5.1㏊, 2017년 7건 7.7㏊, 2018년 9건 5.9㏊, 2019년 18건 8.1㏊를 기록하다 지난해 53건 21.2㏊로 급증했다. 올해 현 시점에서 피해 규모는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상황이다.

과수화상병은 잎과 가지, 열매가 화상을 입은 듯 검게 말라죽는 병이다. 세균성 병원균으로 비, 바람, 곤충, 사람 등에 의해 옮겨지며 전염성이 강하다. 전염성 탓에 화상병이 확인된 과수원은 식물방역법에 따라 나무를 모두 베어 매몰하고 3년간 배를 포함한 기주식물을 재배할 수 없다(100주 이상 있는 과원에서 6주 이상에서 발병한 경우). 이 병은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다. 병에 감염된 나무는 5~7년의 잠복기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예방도 쉽지 않다.

심상치 않은 확산 속도에 지역 배 농가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화상병 예방약제는 다른 농약과 혼용해서 사용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력공급이 원활치 않은 농가가 과수화상병 방제까지 나서니 고충이 더 하다.

더욱이 과수화상병에 걸려 나무를 매몰한 과원은 사실상 8년 동안 배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배는 묘목을 심은 후 5년 이상 자라야 과실을 맺을 수 있다. 매몰 후 재배 금지기간까지 감안하면 최소 8년을 기다려야 배를 수확할 수 있다. 수십 년 넘게 배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이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화상병에 걸린 과원은 수출도 제한된다. 천안 배는 전국 배 수출 물량의 14%를 차지한다. 농가들은 장기적인 수익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천안 배의 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

이에 천안시 농업기술센터는 전 직원을 화상병 방제에 투입하고 있다. 시는 지난 달 14일 과원 농작업자, 종사자 등에 대한 사전방제 이행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국비로 지급하는 약제비 3회분에 더해 시비를 투입해 4차 약제비를 지원했다. 거점 방역소독시설 2개소를 설치하고 생석회 2만 포를 공급했다. 이달 13일에는 과수관계자들과 방제를 위한 협의회를 가졌다. 배 농가들은 과원에 플래카드를 걸고 외부인들의 출입도 막고 있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 김은영 과수팀장은 "적기에 약제를 살포하면 50~60%까지 예방할 수 있다"며 "전정 후 도구를 반드시 소독해야 하며 검증되지 않은 약제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확산 방지를 위해선 소독과 적기 약제 살포 등 기본 지침 준수가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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