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2026년까지 6000억 투입 공영개발로 조성
층수 제한 해제 등 갈등 불씨…사업비 조달도 과제

허태정 대전시장이 2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사업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우경 기자
허태정 대전시장이 2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사업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우경 기자
10여 년 간 지지부진한 끝에 민간개발 방식에서 공영개발 방식으로 급선회해 추진 중인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사업의 밑그림이 20일 가시화됐다. 4차례 실패한 민간 개발 추진 당시 10층으로 층고 제한이 적용되면서 민간으로부터 수익성 부족 논란을 빚었던 것과 정반대로 공영개발은 층수를 지상 33층으로 대폭 높이고, 지식산업센터·주거시설 등 시설이 더해지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당초 민간사업자였던 케이피아이에이치(KPIH)와 현재 법정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와 별도로 시가 사업을 추진한다고 공식화함에 따라 과연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2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기본 계획을 발표하며 터미널 내 공간 구성과 사업비 확보 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시는 오는 2026년까지 유성구 구암동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터미널 부지 3만 2693㎡에 지하 3층, 지상 33층 규모로 유성복합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이다. 총 사업비 6042억 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대전도시공사가 맡아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

먼저 터미널 여객시설은 지하 1층에서 지상 1층 까지 2만 8000여㎡ 면적에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1일 1만 명 정도의 터미널 이용객 수요를 대비했다.

여기에, 터미널 건물 내에 여객시설뿐 아니라 기업 입주를 위한 지식산업센터를 조성키로 했다. 터미널 전체 면적의 30.7%에 해당되는 면적에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지식산업센터를 건축,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상업시설 면적은 37%로 대폭 축소한 채 주거시설은 510세대를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중 120세대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지식산업센터의 기업 입주비와 임대료, 주거시설 분양 수익 등으로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인 셈이다.

이밖에 공항 이용객의 편의 등을 도모하기 위해 도심공항터미널 설치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시 측은 대전도시공사가 조달하는 초기 자금 1000억 원과 나머지 금액인 5000억 원 등 6000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시 측은 이번 기본계획을 토대로 내달 중으로 유성복합터미널 건축기본계획 용역과 발주에 나설 예정이다. 건축 설계는 내년도 3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며, 이르면 2023년 11월 공사에 착수해 2026년 4월 준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시 측은 앞서 지난 16일 대전시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유성복합터미널의 층수 제한 완화, 지식산업센터와 공동주택 용도 확대 등을 결정했다.

지난 10여 년 간 4차례나 무산됐던 민간 개발 추진 당시 층고 관련 사항은 10층 이하로 묶여 있었다. 민간업체는 수익성 부족 등을 위해 층수 제한을 해제하고 공동주택 건축 허가를 요구했었지만 특혜성 시비를 우려한 시 측은 일체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전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나서는 공영개발로 급선회하면서 층수 제한을 사실상 해제하다시피하고, 공동주택 등 주거시설을 도입하고 지역에서 인기가 없는 상업시설은 줄여 형평성 논란과 함께 공영개발이 너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사업시행사 인사는 "민간이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는 무시하더니 공영개발이 `땅 짚고 헤엄치기`나 하고 있으니 기가 차다"며 "층고를 두배 이상 높이고, 요즘 소위 말해 분양이 안 되는 상가는 대폭 줄이고, 시쳇말로 돈이 되는 지식산업센터와 주거시설을 넣었다. 말로는 `공공성 강화`라고 하고 `자기 스스로 특혜`를 주고 있다.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 건축 업체 대표는 "민간은 돈을 남기면 안 되고, 공공이 돈을 남기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계획이 됐다"며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정재필·박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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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건립 예정인 유성복합시외버스터미널 조감도. 사진=대전시 제공
2026년 건립 예정인 유성복합시외버스터미널 조감도.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시는 2026년까지 유성구 구암동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터미널 부지 3만 2693㎥ 면적에 지하 3층, 지상 33층 규모 유성복합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이다. 사진은 유성복합터미널 조감도. 사진=대전시 제공
대전시는 2026년까지 유성구 구암동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터미널 부지 3만 2693㎥ 면적에 지하 3층, 지상 33층 규모 유성복합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이다. 사진은 유성복합터미널 조감도. 사진=대전시 제공
유성복합여객터미널 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4차례에 걸쳐 민간사업자를 선정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사진은 지난해 대전시가 민간사업자 케이피아이에이치(KPIH)와 구상한 조감도. 사진=대전시 제공
유성복합여객터미널 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4차례에 걸쳐 민간사업자를 선정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사진은 지난해 대전시가 민간사업자 케이피아이에이치(KPIH)와 구상한 조감도. 사진=대전시 제공

박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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