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희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유원희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요즘 운전자들은 대부분 네비게이션을 이용해 운전을 하고 있다. 운전을 하다 지역 간 경계를 넘어서면 네이게이션에서는 충절의 고향 00시나 아름다운 도시 00시 등이 흘러나온다. 최근 제일 많이 나오는 것은 문화의 도시 00시이나 예술의 도시 00군을 자주 접하게 된다. 도시 간 경쟁적으로 도시의 상징을 문화예술로 하고 이를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 도시가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예술 지원정책이나 문화시설 보유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데 이에 관계없이 지자체에서는 이런 단어를 남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부터 법정문화도시를 지정하고 지정된 도시에는 대략 100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에서 문화도시를 지정하는 것은 지자체 스스로가 지역의 자연 환경, 역사, 인문적 환경, 도시의 특성을 파악하고 자체적으로 도시의 문화화를 조성하고 실천하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정부의 법정 문화도시 지정이라는 타이틀과 100억 원에 이르는 예산지원에 관심을 갖고 너도나도 지정을 받기위한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부서를 신설하거나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한 편이다. 우리는 이쯤해서 문화도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김구 선생님은 나라 잃은 슬품 속에 독립운동을 하시면 다음과 같은 말씀을 남기셨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개인 소득이나 경제, 의료,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선진국을 향해가고 있는데 정착 선진국이라 말하지 못하는 것은 문화국가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국가, 문화도시, 문화적 시민생활이 가능할 때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될 것이다. 이것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문화국가는 투철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바탕으로 민족에 대한 애국심, 사회에 대한 봉사, 이웃에 대한 배려, 남을 향한 기여,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손길,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고자 하는 용기가 하나가 되고,이것을 국민들이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나라가 문화국가다. 문화도시는 건축이나 역사를 바탕으로 주거공간을 깨끗이 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적절한 문화시설과 공원, 역사유적지, 교육시설 등을 정비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관광객이 오고 서비스 산업이 발달할 수 있는 토대가 바로 문화도시이다.

문화적 시민생활은 시민들이 예술을 비롯하여 스포츠, 공연, 독서, 취미생활을 하며 건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이를 통해 가족 간의 대화, 인문학적 소양 향상을 이루는 것이다. 이런 요소가 갖추어졌을 때 진정한 선진국이자 문화국가가 되는 것이다. 현재 문화도시로 지정되면 어느날 도시가 문화화 되고 시민들도 문화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문화도시를 도심 재생사업이나 지역 재개발 사업으로 인식하는 착각을 하는 곳도 있다. 문화도시는 어느 날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아니다. 주민 스스로가 지자체와 깊은 고민 속에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해결해 나아가는 것이다. 도심에 쌓여 있는 쓰레기 청소부터 하는 것이 문화도시의 시발점이다. 쓰러져 가는 집도 수리하고 무너져 내린 담을 고치고 그것을 통해 사람 사는 골목길을 만들고 자투리 공간은 꽃을 가꾸며 아름다운 주거공간과 살기 편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의 고유한 역사와 전통적 특화 자원을 활용해 쇠퇴한 도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문화도시이다. 유원희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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