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축구종합센터
연내 기반조성공사 착공 물 건너가
중투 심사 잇단 고배…협약 재조정 불가피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조감도. 사진=천안시 제공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조감도. 사진=천안시 제공
2조 8000억 원 생산유발효과가 기대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건립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천안시가 전국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범충청권 결집으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유치에 성공했지만 지방재정투자사업 중앙심사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연내 착공은 물 건너갔다. 천안시와 대한축구협회의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건립사업` 협약의 재조정 목소리도 고개들고 있다.

△천안시 축구종합센터 유치 성공=천안시는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 천안축구센터와 천안종합운동장 등 다수의 축구 인프라, 천안시청 축구단 창단·운영, 단국대 등 천안소재 여러 대학의 스포츠관련 학과가 지닌 전문성 등을 앞세워 대한민국 축구의 메카가 될 축구종합센터 유치전에 뛰어 들었다.

시는 2018년 12월 민·관 전문가 20여 명으로 축구종합센터 유치 추진협의회를 구성했다. 유치 염원을 담은 시민 5만 6740명 서명부와 함께 2019년 1월 11일 축구종합센터 유치 제안서를 대한축구협회에 제출했다. 그 해 3월 천안박물관 대강당에서는 `축구종합센터 유치 범시민 다짐 결의대회`도 열렸다. 3월에는 충청남도, 충청북도,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까지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천안 유치 충청권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며 힘을 실었다.

대한축구협회는 현장실사를 거쳐 2019년 5월 천안시를 축구종합센터 우선협상대상자 1순위로 발표했다. 그리고 2019년 8월 1일 당시 구본영 천안시장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천안시청에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유치 업무협약`을 맺었다. 2019년 9월 천안예술의전당에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천안유치 확정 시민축하음악회를 갖고 유치 성사를 자축했다. 대한축구협회가 경기도 파주의 축구종합센터와 별도로 제2의 축구종합센터를 짓기 위해 전국 지자체 대상으로 공모한 축구종합센터 건립사업은 2조 8000억 원 생산유발효과, 1조 4000억 원 부가가치 창출, 4만 여명 일자리 창출 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다.

천안시는 입장면 가산리 120번지 일원을 축구종합센터 건립 후보지로 제시해 유치 성공을 이끌어 냈다. 축구종합센터 건립사업은 45만 1693㎡ 부지에 대한축구협회가 458억 원, 천안시가 국·도비 포함 1100억 원을 투입해 축구장 5면, 풋살장 4면, 족구장 4면, 그라운드골프장, 실내체육관, 축구박물관 신축이 핵심이다.

△중투 심사 축구박물관 사전평가 고배=`승자의 저주`일까? 천안시는 축구종합센터 유치 성공의 쾌거를 달성했지만 후속 진행은 순탄치 않다. 천안시가 대한축구협회와 체결한 축구종합센터 유치 업무협약이 시의 과도한 부담으로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천안시의회에서 나왔다. 구본영 전 시장의 낙마로 치러진 2020년 4월 천안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축구종합센터 업무협약 재협상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축구종합센터 재협상을 공약한 박상돈 천안시장은 프로축구(K2리그) 참가 2022년에서 2023년으로 1년 유예 등을 골자로 2020년 9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건립사업` 협약 부속 합의서를 체결했다.

천안시는 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부지 조성을 위해 997억 원을 투입해 당초 올해 5월 기반조성공사를 착공, 2023년 6월 준공 계획이었다. 사전 행정절차로 지난 3월 지방재정투자사업 중앙심사(이하 중앙투자심사)를 의뢰했다. 기초자치단체의 신규 투자사업 중 200억 원 이상은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 결과 지난 6월 `재검토`가 통지됐다. 앞서 천안시는 사업비 240억 원 규모의 축구종합센터 실내체육관(5629㎡) 1동 건립사업도 지난 1월 중앙투자심사를 의뢰했지만 재검토 통지로 통과를 못했다. 축구종합센터 부지를 조성하는 도시개발사업과 실내체육관 건립사업이 중앙투자심사를 통과 못하며 연내 착공은 불가능해졌다.

축구박물관 건립사업도 지연되고 있다. 천안시가 185억 원을 들여 축구종합센터 내 전시실과 체험(교육)실, 수장고, 카페 등을 갖춘 축구박물관(3418㎡)을 짓기 위해선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거쳐야 한다. 천안시는 20201년 7월 문체부에 사전평가를 접수했다. 평가결과 `부적정`으로 통과 못하자 계획을 보완해 올해 상반기 다시 접수했다. 결과는 부적정으로 재차 고배를 마셨다.

△고개 드는 재협상론=축구종합센터 건립사업의 핵심인 도시개발사업과 실내체육관 건립사업, 축구박물관 건립사업이 줄줄이 중앙투자심사와 사전평가에 발목 잡히며 경부고속도로 입장휴게소에서 지척인 사업부지는 풀만 무성한 채 허허벌판으로 남아 있다. 축구종합센터 사업부지 인근의 한 기업체 대표는 "축구종합센터 유치로 주변 개발 기대감이 컸지만 두 해가 돼가도록 눈에 보이는 진척은 아무 것도 없다"고 실망감을 토로했다.

축구종합센터 건립사업의 첫 단추인 중앙투자심사 난항과 축구박물관 건립사업 지연은 예산 운용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축구종합센터 유치 시 도지사가 약속한 400억 원 도비 지원은 이행하겠지만 관련 법령상 중앙투자심사를 통과 못하면 예산 지원이 불가하다"며 "천안시에 빠른 행정절차 이행을 독려했지만 시 계획이 미진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축구종합센터 도시개발사업의 중앙투자심사 통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천안시 축구종합센터건립추진단 조규식 조성팀장은 "근간이 되는 도시개발사업의 중앙투자심사 미통과가 실내체육관 건립사업, 축구박물관 건립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앙투자심사 부적정 사유가 대한축구협회에 비해 천안시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인 만큼 협약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시는 연내 대한축구협회와 협약 재조정을 통해 천안시 부담을 경감한 뒤 축구종합센터 도시개발사업의 중앙투자심사를 오는 12월 의뢰, 내년 상반기 통과하겠다는 목표이다. 이어 실내체육관 건립사업 중앙투자심사를 순차적 진행할 예정이다.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는 3회 탈락 시 1년 동안 신청 기회 자체가 박탈된다. 천안시는 이미 두 번 실패한 만큼 도시개발사업 중앙투자심사 통과로 축구종합센터 건립사업의 가시적 추진을 담보해 세 번째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준용 천안시의회 의원은 "지난번 재협상에도 불구하고 축구종합센터 건립사업 협약은 여전히 천안시에 많은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협약 재조정과 함께 축구종합센터 시설물의 운영과 관리권을 천안시가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천안시가 정식으로 재협상을 요구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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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만 무성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건립부지 일대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수풀만 무성한 대한민국 축구종합센터 건립부지 일대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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