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태양보다 질량이 8배쯤이거나 더 무거운 별들은 수소를 다 쓰고 죽어갈 때 꽤 요란하다. 별의 내부에 여러 층이 있는데 가장 안쪽의 핵이 먼저 붕괴해서 주저앉는다. 그러면 바깥층은 초신성 폭발로 엄청나게 밝아지고 안쪽에는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이 남는다. 블랙홀은 1970년대에 엑스(X)선 우주망원경이 가동되면서 발견이 시작됐고, 그보다 관측이 조금 더 쉬운 중성자별은 1967년에 천문학자 조셀린 벨에 의해 발견됐다.

천문학에서의 발견은 우연히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ㄱ이라는 주제 또는 천체를 연구하기 위해 열심히 파고들다가 생각지 않았던 ㄴ이 내 손에 들어오기에 우연이라는 것이다. 196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천문학 박사과정생이었던 조셀린 벨은 당시 최신의 천체였던 퀘이사를 연구해 보려고 전파망원경들을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전파 신호를 받아 봤더니 희한하게 1.33초마다 규칙적인 신호가 접수됐고, 조셀린과 지도교수 휴이시 교수는 기계적 결함이 없는지를 점검하는 한편 외계인이 보낸 신호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었다. 한 달쯤 후 하늘의 다른 곳에서 비슷한 천체를 또 하나 발견하면서 외계인이 아닌 중성자별이 내는 신호임을 알게 되었고 이론에서만 존재하던 천체가 실재함을 발견했다.

휴이시 교수는 1974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이때 시작된 중성자별 천문학은 계속 발전해서 중성자별 두 개가 서로의 주위를 도는 쌍성을 발견한 테일러와 헐스는 1993년에 또다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처럼 최초 발견자와 후속 연구자가 같은 주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경우는 꽤 많다. 후속 연구자는 발견된 천체를 다양한 망원경으로 관측하고 깊이 있게 연구함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넓힌 공로로 상을 받는다. 하지만 최초 발견자는 스스로가 그런 발견을 하게 되리라고 예상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벨이나 휴이시처럼 퀘이사를 열심히 관측하고 연구하다가 중성자별이라는 기대 못 한 선물을 받는다. 물론 그마저도 기계 결함이나 외계인으로 여기지 않고 기어코 정체를 찾아내는 통찰력과 노력이 동반돼야 하는 건 물론이다.

탐사(survey) 천문학은 늘 새로운 발견을 기대한다. 물론 발견이 없을 수도 있다. 아니 없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탐사를 하지 않으면 발견의 가능성은 아예 없어진다. 우리 연구팀에서는 캐나다 토론토대학과 함께, 케이엠티넷(KMTNet)이라 부르는 외계행성탐색시스템 망원경을 이용해 외부은하의 초신성을 탐사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은하의 태양계 가까이에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면 보름달만큼이나 밝아진 별을 보겠지만 언제 어디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려우므로 밝기는 어둡지만 개수가 훨씬 많은 외부은하의 초신성을 탐사한다.

외계행성탐색시스템 망원경은 100% 한국 소유인데 하늘의 넓은 영역에서 아주 조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어서 새로운 초신성들을 찾아내기도 하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을 생산한다. 이 초신성 탐사연구에서도 초신성 아닌 새로운 발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신성, 왜소신성, 변광성, 순간적으로 밝아졌다 어두워지는 천체 등이 발견되었고 영상 자료의 누적을 통해 아주 어두운 은하들도 대거 발견하고 있다. 2019년 8월에는 우리 연구팀의 이영대 박사 주도로, 이제까지 발견했던 왜소신성들보다 거리가 가장 먼 왜소신성을 발견한 내용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2023년경에 훨씬 더 거대한 탐사 망원경인 엘에스에스티(LSST)가 가동되면 또 다른 발견들이 대거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상철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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