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의 전력생산비용에 원상복구원가는 무시되고 있었다. 덕분에 낮은 전력비용이 과거 산업화에 큰 기여를 했으며 원상복구비용은 이제 우리가 부담해야 할 몫이 되고 있다. 최근 원자력발전 감축을 위해 발전사업이나 개발사업을 중단한 사업자에게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사용해 비용을 보전할 수 있게 하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부가 2017년 10월 확정한 탈원전로드맵에 따라 월성원전 1호기를 조기폐쇄하면서 입은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국민이 부담해 적립해놓은 전력사업기반기금을 사용하는 만큼 탈원전 비용은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환경비용인 셈이다.
원상복구원가는 탈원전의 문제만은 아니다. 화력발전소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석탄연소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증가율 1위다.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과 환경 파괴에 미치는 악영향은 측정이 불가하다. 영국의 금융싱크탱크인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현재와 같은 석탄발전 규모를 유지할 경우 위험비용이 일본의 5배에 달하는 120조 원(1060억 달러)이라고 한다. 정부는 2022년까지 우리나라 화력발전소의 10%인 6기(2.6GW)를 폐지할 계획이고 추가적인 폐지도 가속화될 것이다. 그러면 전력사용비용 인상도 불가피하다. 우리가 누렸던 혜택의 반대급부로 발생하는 환경파괴의 원상복구원가 관점에서 당연한 비용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기업과 관련된 ESG라는 단어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ESG는 환경(E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 조합이다. 그 동안 기업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환경문제, 사회의 격차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의 문제가 기업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원상복구원가라는 회계적 개념이 확장된 느낌이다. 최근 우리는 기후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을 경험하고 있다. ESG는 기업을 포함한 사회가 함께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당면한 시대정신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제 기업이 주주의 이윤만을 극대화한다는 이윤추구의 시대는 막을 내린 것이다. 기업은 사회적 비용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투명한 의사결정 지배구조로 지속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업윤리를 보여줘야 한다. ESG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는 ESG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고 규제와 법률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개인은 끊임없이 ESG와 관련해 국가정책과 기업의 활동을 감시하고 평가하고 동참해야 한다. ESG는 지역 속 개인이 국가와 지구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 화두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임성빈 상록회계법인 대전세종 대표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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