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앞두고 앞다퉈 방문…"선거용 말잔치" 불신 만연

[그래픽=대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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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연일 `충청권 표심 얻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그들은 일제히 첫 방문지로 충청을 택하거나 충청 표심을 거론했지만, 그들이 쏟아내는 발언은 `선거용`이라는 불신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8개월여 앞둔 현재 대선용 정국으로 전환한 정치권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와 명분을 앞세우며 `충청권 공략`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이는 지난 선거 때마다 줄곧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던 충청권 표심 향방에 따라 승부가 엇갈린 경험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권 최대 이슈인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문제가 정치권 공방으로 표류하고 있는데다 최근 집권 여당 대표의 연고지인 인천으로 낙점된 K-바이오 랩허브 등 충청권 현안들이 줄줄이 좌초되면서 지역 민심이 곱지 않다.

대선과 총선 등 역대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충청권 현안들을 앞세워 공약화했지만, 구체적인 후속절차 단계(실행)에서는 당리당략 등 중앙정치 여파에 밀려 우선 순위에서 밀리거나 고배를 마셨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충청 지역을 찾을 때마다 `충청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충청역할론을 추켜세웠지만, 선거 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선거용 재탕` `충청권 구애용`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여권 대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경선 첫 지역은 전통적으로 제주도에서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충청권에서 시작된다. 충청권의 표심이 정말 중요해지는 경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국회 세종 이전에 대해서도 "이전과 관련된 노력이 필요한 동시에 국민적인 논의를 통해 이전을 성사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이에 앞서 대전을 방문한 이낙연 의원도 청년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지난 11일 컷오프 통과 후 첫 행선지로 대전을 찾았다"며 충청권 방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지만, 이슈화된 지역 현안에 대한 해법제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재명 지사 또한 지난 16일 온라인을 통해 대전·세종·충청 지역 지지자들과 의견을 나눈 자리에서 "대전·충청권이 경선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충청 표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부내륙철도와 공주보 해체, 농어촌 대책, 서산공항 문제 등에 대한 공약 채택 요구에 대해서는 "각각의 공약에 대해서는 본선에서 가다듬어 채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집권 여당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엇박자 행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송 대표는 대전과 인천 등 주요 도시에서 사활을 걸었던 K-바이오 랩허브 선정을 전후로 자신의 지역구를 거론했다가 뒤늦게 `엄정 중립`으로 태도를 바꿨다. 어떤 모양으로도 해당 부처인 중기부에 견해를 표방하지 않겠다는 해명에도 불구, 결과론적으로는 인천에 낙점됐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한 분위기다. `그들이 하는 말은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는 비난과 함께 `지역 출신의 후보 하나 내지 못하는 마당에 충청권 역할론을 거론하는 자체가 부끄럽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 이모 씨는 "해마다 번복되는 얘기지만 너도 나도 충청지역을 찾으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할 때마다 또 선거철이 돌아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앞뒤가 다른 그들이 더는 충청을 들먹거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장중식·강정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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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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