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랩허브 등 잇단 수도권 行
수도권·비수도권 갈등 키우는 결정
국가균형발전 고려해 입지 선정해야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인 `이건희 미술관`의 서울행에 이어 `K-바이오 랩허브` 후보지도 수도권인 인천 송도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대규모 국책사업들의 잇단 수도권 유치에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수도권 일극화가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건희 미술관`의 서울행이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촉발시키는 자충수가 됐다. 정부는 지난 7일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전시하고 관리할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로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부지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인근 송현동 부지 두 곳으로 압축, 발표했다. 입지 선정이 발표됐지만 미술관 유치 경쟁에 나섰던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의 결정에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인 대구시는 정부의 결정이 불공정하다며 철회를 촉구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술관 유치운동에 나섰던 부산지역 국민운동 3개 단체도 후보지 결정 재검토와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후보지를 선정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밖에 세종시, 강원도, 인천시, 수원시 등도 이번 결정은 수도권의 편향적인 결정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여기에 `이건희 미술관`의 서울행 파장이 수그러들기도 전에 메가톤급 악재가 또다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를 자극했다. `K-바이오 랩허브` 후보지로 인천 송도가 결정됐다는 정부 발표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9년 이 사업을 기획하고 정부에 제안한 대전시의 허탈감은 컸다. 대전시는 지난 2019년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창업 지원기관인 `랩 센트럴`을 벤치마킹해 랩 허브 구축을 정부에 제안했다. 그런데 공모 결과 대전이 후보지에서 탈락하자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다. `지적재산권을 정부가 빼앗아간 격`이라며 허탈해 하고 있다.

`이건희 미술관`과 `K-바이오 랩허브` 2개 공모사업 후보지에서 잇따라 탈락한 청주시도 허탈하긴 마찬가지다. 청주가 지역구인 여당 국회의원인 정정순 의원은 지난 11일 성명을 내 "`K-바이오 랩허브`, `이건희 미술관` 등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국책사업이 연이어 서울, 수도권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결정"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여당 국회의원으로서는 이례적이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수년간 경기침체와 일자리 부족으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방의 인구 유출을 더욱 가속화해 결국 지방소멸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와 정 의원의 이런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정부가 지난 2019년 1월 발표한 국가균형발전 계획이 이들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계획은 비수도권이 낙후되는 악순환을 막고 지역의 자립적 성장 발판을 마련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오는 2029년까지 연차적으로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 연구개발(R&D) 투자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24조 1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정부 주도가 아니라 지역이 제안한 사업을 중점 지원하며,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정부부처는 대규모 국책사업 후보지 선정 시 국가균형발전을 우선 고려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 지금부터라도 정부부처는 더 이상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가 외치는 국가균형발전이 헛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과감한 정책 입안과 입지 선정에 나서야 한다. 국책사업 후보지 선정을 경제성이라는 획일적 잣대에만 맞추는 것은 결코 정의롭지 못하다. 자칫 지방이 소생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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