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원 신부·대전교구 천주교 홍보국장
강대원 신부·대전교구 천주교 홍보국장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습도 높은 날씨가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다른 이에게는 농작물에 꼭 필요한 요소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같은 상황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처지에 따라서, 그리고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느껴지는 상황들은 많이 있습니다.

지난 달 아주 기쁜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우리 지역 출신의 주교님께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임명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유흥 식라자로 대주교님께서는 충남 논산에서 출생하셨고 1979년 가톨릭 사제가 되셨으며 이후로도 우리 지역의 성직자를 양성하는 교수 신부로, 대전, 충남, 세종의 모든 가톨릭 신자들을 돌보는 주교로서 지내셨던 분입니다. 그렇게 착한 목자로서 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보호자로서, 북녘의 형제들을 돕는 후원자로서 살아오셨던 분께서 한국인 성직자로서 최초로 교황청 장관직에 임명이 되셨습니다.

오는 30일 출국하시는 대주교님의 일정을 보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목자로서 주어진 직무들을 수행하시는 모습들, 언론들과의 인터뷰 등 그 모습은 고희의 청년이(?) 소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입니다. 힘든 일정들을 아무런 힘든 내색 없이 웃으며 기쁘게 행하는 모습들은 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국내의 많은 정치적 현안들과 코로나19의 재확산 움직임에 많이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그러한 시기에 다시 한 번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님의 장관 소식을 알리는 이유는 우리들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도움이 아닌,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기도라는 도움이,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신앙의 형태를 지닌 신자들의 기도, 신앙은 없지만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바티칸의 장관직을 수행하는 분을 위한 마음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곁에서 바라본 한국에서의 일정도 이리 바쁘고 고단한 일정인데,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 뿐만 아니라, 냉랭한 상황 속에 직면한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 장관 주교님께는 신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응원, 특히 우리 지역민들의 응원이 더욱 필요합니다.

물론 `일개 교황청 장관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도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임이 확실합니다. 먼저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교황님의 중재가 필요합니다. 평화와 신뢰의 상징인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북한을 방문하신다면, 가톨릭 신자인 미국 대통령 역시, 그리고 그리스도교 이념을 바탕으로 생긴 미국 역시 이전과는 다른 움직임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통령 역시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물꼬를 교황님께서 풀어주신다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관계 개선을 위한 디딤돌의 역할은 교황청 장관 중 유일한 한국인인 유흥식 대주교님이 봉사하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인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보다도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체험한 한국인이기 때문입니다.

유흥식 대주교님의 장관 임명 소식이 어떤 이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 탐탁치 않은 소식일 수도 있겠지만 멀리 바라본다면,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한국인이라면 이는 분명 기쁜 소식일 것입니다. 비록 종교가 다르다 하더라도, 갖고 있는 믿음이 다르더라도 이 모든 어려움을 지고 나아갈 대주교님을 위해 많은 응원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강대원 신부·대전교구 천주교 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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