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는가 (이상미 지음/ 인물과사상사 / 3161쪽 / 1만 7000원)

전쟁이란 세력 사이에서 나타나는 가장 극단적인 충돌이다. 그런 만큼 시대마다 끊임없이 발생한 전쟁은 인류의 역사를 바꿔놨다. 이 과정에서 인간이 겪는 희로애락이 건축물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승전을 기념하는 전승 기념탑과 개선문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저서는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등 28개 건축물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된 전쟁의 역사를 살펴본다. 로마시대부터 냉전시대까지 고대와 현대의 전쟁사를 다루면서 관광 명소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건축물에 얽힌 전쟁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각 나라별로 정리된 건축물과 전쟁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전체적인 세계사의 역사까지 그려진다.

건축물만큼 인간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대상도 드문 만큼 인류의 역사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전쟁의 역사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전쟁사의 어두운 부분으로 알려진 `유럽 제국주의`에 어두운 단면도 볼 수 있다. 프랑스의 루브루박물관은 나폴레옹의 야욕과 집착의 산물이었으며, 영국의 대영박물관은 이집트나 그리스에서 가져온 문화재로 알려진다.

아울러 저서에서는 전쟁이란 풍파를 이겨낸 건축물도 여럿 등장한다. 이탈리아에 위치한 몬테카시노수도원은 5번 파괴된 가운데 5번 재건된 역사를 갖고 있다. 지금도 탄흔과 그을린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건축물은 말을 할 수 없지만 이들이 품은 시간의 무게와 울림은 측정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인간은 겪을 수 없는 시간이 건축물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자는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견뎌낸 건축물을 통해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과거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 곳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 하기 위해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 것도 적지 않다. 살육의 현장인 콜로세움은 사형제도의 폐지를 바라는 국제적인 캠페인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또,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성은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는 목적으로 매년 축제를 연다. 과거 전쟁의 상징인 건축물이 향후 기념비로 우리 곁에 서게 된 것은 역사의 잘못을 옳게 가기 위한 큰 변화인지도 모른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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