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탄생 (빌 브라이슨 지음·박중서 옮김/ 유영 / 460쪽 / 2만 원)

의사소통의 목적은 모든 언어에서 똑같겠지만, 하나의 목표를 이루는 방법은 언어의 숫자 만큼 다양하다. 어떤 언어는 기본적인 문법과 어휘적 특징을 가지지 못했지만, 또 다른 언어는 복잡한 문법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그만큼 언어의 다양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와 관련 `현존하는 유머러스한 작가`라고 불리는 작가인 빌 브라이슨은 자신의 모국어인 영어를 비롯해 언어에 관한 이야기를 시대와 국경을 넘나들며 들려준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세계 곳곳의 언어에 대해 심도 싶은 연구에 돌입했다. 그는 로마 제국의 멸망에서 시작한 영어의 탄생부터 지구촌 언어의 발자취를 추적하면서 지구상의 언어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낯선 언어를 습득하는 건 해당 국가의 역사와 낯선 문화, 풍습 등을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같은 영어를 쓰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은 일상 대화에서 다르게 표현하는 단어만 해도 4000개가 넘는다고 알려진다. 로마가 멸망하기 전에 라틴어는 이미 일상 대화에서 죽은 언어가 된 것처럼 언어는 시대를 반영하고,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과 함께 온갖 변화를 겪으며 새롭게 생겨나고 사라지고, 또 살아남기도 한다.

아울러, 어떤 언어든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습득하긴 쉽지 않다. 5만 자에 달하는 한자에 비해 영어는 철자가 단순하고 일반적인 패턴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함께 저자는 단어와 철자법, 발음 등과 같은 기본 요소부터 방대한 단어의 정의를 담아낸 사전 편찬법도 설명한다. 지난 1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욕설의 특성과 그리고 한때 사람들에게 앉아서 하는 오락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십자말풀이 같은 말놀이에 이르기까지 언어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낱낱이 해부한다. 특히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괴로움은 잠시 내려놓고 이제껏 몰랐던 영어의 역사와 세계 언어의 공통적인 특징을 자연스럽게 익히며 언어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언어는 과학이 아닌 유행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는 것은 그것이 더 쉽고 이치에 맞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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