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최근 코로나19 원인이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로 지목되면서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재인식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전지구적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지적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960년대부터임에도 다시금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환경은 사후 약방문처럼 그것을 잃고 나서야 그 중요성에 대해서 논의되고, 그것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있어 왔던 것 같다. 언뜻 보면 습지의 보존, 도시 하천의 복원, 자연보존구역의 지정 등 다행스럽게도 그 수준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여전히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해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 등 하나를 해결했다고 생각되면 다른 하나가 문제가 생기고, 그 수준도 전례 없이 크고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의 삶의 공간에서의 환경에 대한 고민은 계속 이루어져 왔다. 특히 우리 도시와 건축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훼손,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한 고민이 지속되어 왔고, 여러 가지 이슈들이 제기되었었다.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로 제기된 이슈는 도시를 건설하고, 건축물을 짓는 것은 필요하나 이를 수행함에 있어서 환경을 고려할 수는 없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오래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초기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환경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이 주장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환경에 대한 이해 부족은 물론, 환경이 경제적 이익이나 편익에 항상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지켜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어질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는데, 상당히 아름답고 편의성이 높게 디자인된 도시나 아파트 단지, 건축물들이 평가를 받기 위해서 관련 도면 및 부속서류를 제출한다. 이렇게 훌륭하게 디자인된 건축물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우리 도시의 바람길을 막는 다거나 자연녹지를 대규모로 훼손하고 있다거나 일조를 거의 고려하지 않아서 햇빛이 들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지적이나 권고가 진행되어도 이미 대부분의 경우 설계부터 많은 계획이 끝난 경우가 다반사이다. 대부분이 그 계획을 바꾸기에는 너무 많은 과정이 이미 진행되어서 이를 돌이킬 수 없는 경우이며 어쩔 수 없이 환경적 문제가 예상됨에도 일부 보완만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2018년에 개발계획과 환경보존계획을 수립하는 관련 중앙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간 공동 훈령을 발표하여 개발계획과 환경계획 간의 시기적, 범위적 일치를 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이에 대해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곤란하다. 이 훈령은 대부분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지켜야할 사항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개발계획이나 실행계획에도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건축설계를 하기 전에 환경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서 환경적 파괴나 환경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먼저 수립하고 이에 맞춰 설계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는 현재의 방식인 설계가 다 완료되고 나서 환경적 검토를 수행한 후, 일부 수정을 가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다. 환경과 개발의 균형을 지켜가는 나라 중 하나로 잘 알려진 독일은 도시기후지도, 계획제언지도라는 것을 먼저 만들어 초기 계획부터 개발계획까지 선 환경 고려, 후 계획 수립이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환경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나무 한 그루 함부로 베거나 옮길 수 없도록 하고 있으니 그들이 얼마나 철저히 환경을 고려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도 당장 이렇게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공간을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으로 조성하여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건원 호서대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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