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진 목원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최혜진 목원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대전시립연정국악단이 창단 40주년을 맞이해 전통음악 전곡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음악의 원형과 진수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 무척 반갑다. 대전의 대표 국악기관인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1981년 개원해 그간 우리 전통의 악, 가, 무를 선보이며 시민들에게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우리 음악을 제공하여 왔다. 이번 기획공연인 전통음악 전곡시리즈는 그간 일부를 단편적으로 공연하던 것에서 나아가 곡 전체를 감상할 수 있도록 특별히 준비한 것으로 귀한 기회라 할 수 있다. 그 첫 순서로 `평조회상`이 7월 15일 공연된다.

평조회상은 정악(가곡, 가사, 시조, 영산회상) 계열 중 영산회상 기악곡 중 하나다. 영산회상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악연주곡인데, `현악영산회상` `관악영산회상` `평조회상`의 세 가지 계열이 전하며 풍류 음악으로 일컬어진다. 풍류 음악은 본래 양반 상류층들이 즐기던 여러 실내악곡으로 보통 9개의 모음곡 형식으로 되어 있다. `영산회상`의 9곡은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가락덜이>, <상현도드리>, <하현도드리>,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이다. 이 모음곡은 어떠한 악기를 위주로 하는가, 음악의 특성이 어떻게 다른가에 따라 세 가지 계열로 발전되어 왔고 시간과 장소 등 환경에 따라 일부를 떼어서 연주하기도 한다. 이 중 평조회상은 근대 이후 하현도드리를 제외한 8곡을 전체곡으로 하여 전승되었다.

현악영산회상은 `줄풍류`라고도 하는데, 섬세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음악으로 실내기악곡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 줄풍류는 각 지역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발전되어 오기도 했는데, 우리 대전에는 `대전향제줄풍류`가 시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관악영산회상은 평조회상처럼 하현도드리를 뺀 8곡을 전 곡으로 연주하는데, 대금이나 피리를 중심으로 연주되며 관악합주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평조회상은 관현합주로 소리가 크고 시원하게 연주된다. 평조회상은 음량이 큰 향피리를 주로 하여 아쟁, 소금(작은 대금), 좌고 등이 추가되어 곡이 매우 웅장하고 화려하며 기운이 넘치면서도 섬세하면서 절제미가 돋보인다. 평조회상은 궁중의 뜰에서 연주되거나 궁중 무용의 반주 음악으로 쓰였기 때문에 궁중음악으로서의 특성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 궁중에서 관악기를 중심으로 할 때는 `유초신지곡`이라는 곡명으로, 현악기를 중심으로 연주하면 `취태평지곡`이라는 곡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평조회상은 궁중 정재 `춘앵전`의 반주음악으로 연주되기도 하지만 모음곡 중 첫 번째 <상령산>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0호 대금정악으로 지정되어 있고,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의 주요 독주곡으로 연주되어 그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평조회상은 합주의 웅장함을 드러내주는 <상령산>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빨라지는 진행으로 마지막 <군악>까지 연주되는데 곡의 흐름에 연주자들의 감정과 기량이 모두 화합되어야 하므로 부단한 연습이 필요한 곡이다.

예전 상류층의 음악, 특히 궁중 음악들은 유교적 사상을 드러내는 일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음악을 통한 수양을 강조해왔다. 그러다보니 인간의 희노애락 표출보다는 감정을 절제하고 나라의 평안과 풍요를 위해 엄숙하고 장중한 음악을 만들었다. 평조회상은 마음과 몸을 단정하게 하면서도 우리 전통음악의 예술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대전시립연정국악단이 선보이는 이번 전곡 연주에 특별한 가치가 있는 이유는 연주자간의 음악적 공력이나 화합은 물론 오랜 준비와 연습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곡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문 오늘날의 연주 풍토에서 원형 그대로의 전통음악을 연주함으로써 우리 음악의 뿌리를 있는 그대로 선보이고자 하는 국악단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음악과 사람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새로운 것들을 창출하기 마련이만, 그 새로움이라는 것도 전통이나 원형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이번 전곡 연주는 미래의 음악에 기여하는 바도 클 것으로 생각된다. 최혜진 목원대 기초교양학부 교수·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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