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정섭 농협중앙회 충남세종지역본부장
길정섭 농협중앙회 충남세종지역본부장
한국의 농업인구는 지난 1970년 1440만명으로 전체인구의 45.9%를 차지했으나 2019년에는 224만명으로 전체인구대비 4.3%까지 감소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농업비중은 1970년 50%를 넘었으나 2019년에는 2%까지 하락했다. 독일,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의 농업인구 비율은 2%정도이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농업비중도 1%대로 한국농업은 동일한 패턴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업의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사람의 생애주기인 30년을 기준으로 세대를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구(舊)농협과 농업은행을 통합해 농협중앙회를 출범시킨 1961년을 기준으로 1990년까지를 농업 1세대, 1991년부터 2020년까지를 농업 2세대로 나눌 수 있고, 농협 창립 60주년을 맞이하는 2021년부터 향후 30년을 농업 3세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농업 1세대는 농업 생산이 국민 경제의 주축을 이루던 시기였으나 낮은 생산성으로 먹을거리는 부족했고 해마다 보릿고개가 계속되었다. 정부는 농업의 생산성을 높여 식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농업 생산자 조직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1961년 농협중앙회가 출범하게 되었고 농협조직을 정비해 식량 증산과 고리대금 문제 등을 해결해 나갔다. 농업 1세대 기간동안 농업부문 생산원가를 줄이고 농업생산량을 최대한 늘려, 만성적인 식량 부족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농업인구가 감소하였고 유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여 한국농업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게 되었다.

1991년부터 시작된 2세대 농업은 높아진 생산성으로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유통시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농협은 대도시 농산물 유통 확대를 위해 1994년 하나로마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전국에 신선한 농축산물을 공급 할 수 있게 되어 유통혁신을 이끌었다. 그 결과 농업 경쟁력은 올라가게 되었고 2019년에는 `농가소득 4000만원 시대`를 열 수 있게 되었다. 한국농업은 지난 60년동안 생산기반 조성과 유통혁신 노력을 통해 전체인구의 5%인 농업인구가 전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선진농업으로 발전했다.

이제 3세대 한국농업은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농업의 구조적 취약점을 보완하면서 농산물유통을 선진화해 농업과 유통을 스마트한 미래산업으로 만드는 것이 한국농업의 당면과제다. 생산현장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팜 등의 도입으로 농업의 경쟁력을 높여가야 하며, 농산물 유통 현장은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에서 벗어나 비대면 디지털방식의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쇼핑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 미국, 호주, 브라질 등 경작 면적이 넓은 나라는 토지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스마트농업을 이끌어 가고 있으며 일본, 네덜란드 등 경작 면적이 좁은 나라는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시설농업과 지능형(AI)축산 중심으로 스마트농업을 키워가고 있다. 이제 우리도 시설형 스마트원예단지 중심의 미래 농업으로 농업생산현장을 바꾸어 나가야 하며,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농산물 생산 및 유통정보가 소비자에게 직접 연결되는 스마트한 유통구조를 만들어 가야한다.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일궈온 1세대, 2세대 농업이 바야흐로 3세대 디지털시대를 맞이해 미래산업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여부는 지금 이순간 농업을 얼마나 스마트하게 바꾸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농업인과 함께, 국민과 함께 한국농업을 이끌어왔던 농협이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3세대 디지털 농업으로의 과감한 전환을 추진해 `함께하는 100년 농협`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길정섭 농협중앙회 충남세종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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