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관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부사업단장
권영관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부사업단장
수헬리베붕탄질산플네나마. 학창 시절 주기율표의 원소 순서를 외우느라 고생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학력고사 세대든 수능 세대든 화학의 원소 주기율표는 입시의 필수 암기 항목이었다. 이는 그만큼 원소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기초 지식임을 의미한다. 세상의 모든 원소는 현재까지 118종이 발견 및 명명되어 주기율표에 올라 있다. 가장 최근에 새 원소가 주기율표에 등록된 것은 2016년 11월이다. 당시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은 4종의 새 원소 이름을 니호늄(Nh, 113번), 모스코븀(Mc, 115번), 테네신(Ts, 117번), 오가네손(Og, 118번)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기 위한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만물이 공기, 물, 흙, 불로만 이루어졌다는 4원소설이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지금 과학지식으로는 어설프게 보일 것이나, 4원소설은 무려 천년 넘게 인류의 사상을 지배했다. 이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원소들이 하나둘씩 발견되기 시작했다. 물질의 본질에 닿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열망과 노력이 이를 가능케 했다. 다만 이런 과정을 거쳐 자연계에서 발견된 것은 원자번호 92번 우라늄까지다.

93번 이상의 원소들은 인공적 합성을 통해 존재가 밝혀졌다. 새로운 원소의 합성을 위해서는 핵과 핵 간의 인위적인 핵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이때 필요한 대형연구시설이 가속기이다. 하지만 원소의 합성에 필요한 핵반응 확률이 매우 낮고, 합성되더라도 아주 짧은 시간만 존재한다. 그래서 원소 발견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컨대 원자번호 113번 니호늄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2004년 발견 발표 이후 공식 인정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연구진은 수년이 넘도록 실험을 반복하여 겨우 세 번 그 존재를 실험적으로 측정했을 뿐이다.

새 원소의 이름을 짓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권위 있고 공인된 기관이 해당 원소의 생성 사실과 발견자를 확인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발견 당사자들이 모두 원소의 이름에 합의해야 하며, 다시 공인 기관이 제안된 이름의 타당성을 검토해 최종 승인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대개 몇 년 이상 걸린다. 지금까지 발견된 118종의 원소들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이 명명했다. 아시아에서는 113번 원소를 자신들의 국호(니혼)를 따 니호늄으로 명명한 일본이 유일하다.

현재 대전 신동지구에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구축 중이다. 라온이 완성되면 우리나라도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기 위한 연구가 가능해진다. 그러면 일본의 니호늄이 그랬듯, 우리도 이 원소에 국가의 이름을 붙일 수도 있다. 물론 새 원소의 발견이 이러한 상징적 의미만 갖는 것은 아니다. 핵물리학에서 예측하는 이론을 새롭게 검증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간 우리나라가 R&D에 많이 투자해왔지만, 이렇게 순수한 과학 지식 발견에만 천착하는 대형연구시설은 라온이 거의 유일하다. 향후 완성될 라온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권영관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부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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