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용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이진용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이 `디지털 한의학 선도`를 목표로 바이오·의료산업 혁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신호철 기자
이진용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이 `디지털 한의학 선도`를 목표로 바이오·의료산업 혁신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신호철 기자
대담=맹태훈 취재3부장 겸 세종취재본부장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등으로 대두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천 년 간 이어져 온 한의학에도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기존 현대의학의 한계를 뛰어 넘고, 새로운 미래의학을 열어가고자 `디지털 한의학 선도`를 목표로 바이오·의료산업 혁신을 위해 첫 발을 내딛고 있다.

지난 4월 9일 취임한 이진용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현재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의학·ICT 융합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한의학을 연구원의 최우선 전략 목표로 제시한 그는 "디지털한의학 연구는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도전"이라며 "혁신적인 자세로 연구를 수행해 한·양방뿐만 아니라 바이오·보건의료 분야와 시너지를 창출하고 글로벌 R&D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의 임상정보와 라이프로그, 유전체 데이터 등의 한의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한의정밀의료 코호트 구축에 힘쓸 것"이라며 "이를 통해 사상체질과 한열변증과 같은 한의학 고유 이론에 기반한 건강 예측기술을 개발하고, 개인 맞춤형 디지털 한의 예방관리 모델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질병과 장애를 예방·관리·치료할 수 있도록 호흡·명상·기공-바이오피드백 등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치료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비전에 발 맞춰 이 원장은 최근 연구 부서를 △한의과학연구부 △한의약융합연구부 △디지털임상연구부 △한의약데이터부로 개편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자산인 한의약 정보의 축적·활용 역량을 위해 한의약데이터부를 신설하고, 네 개 부서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힘쓸 것"이라며 "30년 후에는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대형 우수 성과를 이뤄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 외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원격의료 흐름에 발 맞춰 한의학과 인공지능 간 융합연구를 통해 언택트(Untact) 진료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더불어 신·변종 바이러스 감염 질환의 예방 치료를 돕는 한약 처방 연구와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임상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한의학은 코로나19 후유증을 극복하는 훌륭한 의학"이라며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한의학은 코로나19에 따른 합병증이나, 신종 감염병과 같은 호흡기 질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의학"이라며 "감염병 재발을 막고, 후유증을 다스리는 데 근본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방 통합의학의 비전도 제시했다. 한의 치료의 장점에 현대의학 기술을 융합해 기존 의학의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전략이다. 이 원장은 "인류의 건강한 삶을 위해선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서로 우열을 논하기에 앞서,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보완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질환을 통합의학으로 극복하고, 한의학의 장점을 극대화해 국민의 건강한 삶을 구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의학연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저반응 난소 환자군을 대상으로 침 치료와 체외수정 시술을 병행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한 바 있다. 한의학연은 최근 신설한 한의약융합연구부를 토대로 의료 수요가 큰 만성·난치성 질환과 환경·정신성 질환에 대한 한·양방 통합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의학을 선도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에도 박차를 가한다. 앞서 한의학연은 침 자극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평생 복용해야 하는 약물 치료 없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관리할 수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전자약 개발을 위한 여러 준비를 진행중에 있다.

이외에도 건강관리에 필요한 정(精), 신(神), 기(氣), 혈(血), 담(痰), 어혈(瘀血) 등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대전시와 공조도 강화한다. 이 원장은 "대전시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바이오 산업의 거점도시로 스마트 특성화 사업, 산업기반구축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대전의 바이오 관련 연구·정책에 기여하기 위해 협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전시와 DISTEP에서 대전지역 과학산업 발전과 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해 `융합연구혁신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융합연구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한의학연이 보유하고 있는 다학제 인력풀을 바탕으로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특히 "대전시가 한의학 특화거리 등을 잘 조성해 `한의학 연구의 메카인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있는 대전`이라는 슬로건을 활용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 원장은 "한의학연 수장으로 취임하기 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임상현장에서 한방소아청소년센터장, 기획진료부원장을 거쳐 한방병원장까지 역임하며, 임상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며 "이 경험을 기반으로 한의학연에서 창출되는 우수한 연구 성과들을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기술이전과 사업화 등의 연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끝으로 "한의학은 수천 년에 걸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내려온 `경험 과학`"이라며 "현대 의학이 발달하면서 여러 가지 위기에 놓여 있기도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비대면 흐름에 발 맞춰 `의료 소비자` 입맛에 맞는 미래 의학을 선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리=정인선 기자

* 이진용 원장은 누구

이진용 한국한의학연구원장은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해 동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한방소아청소년센터장, 한방병원 기획진료부원장, 기획조정부실장 등을 지냈다. 이후 2019년 1월부터 한의학연 원장에 선임되기 전까지 경희대 한방병원장을 역임했다.

또 대한한방소아과학회, 대한한방알레르기면역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한의약 혁신기술개발사업 총괄조정위원, 문재인 대통령 주치의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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