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2019년 대전시가 시 출범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맞아 국내관광활성화와 선도도시로의 도약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대전방문의 해`행사를 가졌다. 릴레이시민홍보단도 구성해 전국을 돌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서울 출장 길에 서울역 플랫폼에서 홍보물을 직접 마주하니 무척 반가웠다. 그런 간절함 때문인지 주말에 중앙시장에 가보면 외지인들을 평소보다 많이 볼 수 있었다. 매주 주말 저녁시간대 중앙시장 수변광장과 은행동 스카이로드 일원은 다양한 문화공연과 차로를 막고 펼치는 먹거리 장터로 연일 많은 인파로 시끌벅적했다. 오랜만에 원도심에 생동감이 흐르니 흥겨웠다.

행사 후 평가는 보통 호불호로 나눠지지만, 대전을 보여줄 수 있는 특색 있는 브랜드가 없었던 것 같다. 와중에 대전의 무형문화재인 전통민속놀이 공연이 들어 있어 흡족했다. 매주 주말마다 원도심 한복판과 엑스포남문광장에서 동네주민들로 구성된 80여 명의 단원들이 열연을 펼쳤었다. 옛 조상 때부터 내려져온 대전의 마을에서 행해지던 공동의 제사나 의례를 비롯해 상여를 운구하는 장례의식, 농사와 상행위와 관련해 불리던 민요 등이었다.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객들이 많았음에도 반응이 너무 좋았다.

이런 큰 행사에 전통민속놀이가 참여하게 된 동기는, `대전방문의 해` 사업이 추진될 때, 문화원에서는 대전시를 찾는 외지인들과 대전시민들에게 대전만이 갖고 있는 특색 있는 브랜드를 보여주자고 했다. 대전의 산뿌리인 11개 전통민속놀이를 시에 추천했다. 그런데 반응이 너무 빨리 왔다. 공감한다는 뜻으로 일언반구 없이 속전속결 진행됐다.

대전에는 현재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는 목상동 들말두레소리 외 10개의 전통민속놀이 보존회가 활동하고 있다. 대전에서 58년을 살아온 나 역시도 문화원에 와서야 대전에도 이런 훌륭한 전통예술이 있다는 걸 알았다. 대전의 전통민속놀이는 30년 동안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지켜져 왔다. 대규모 인원의 보존회 운영과 존속은 녹록지 않았다. 참여 주민의 고령화로 더 이상 놀이를 하지 못하고, 도시화가 진행돼 해체된 마을들도 있는 등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보존회가 지금껏 지탱할 수 있는 원천은 큰 보상이 주어지는 일이 아님에도 불평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보존회원과 일부 주민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지만, 이를 같이 전승해 나갈 사람이 없다.

그나마 대전시에서 2002년 놀이 보존회 지원 관련 문화재법 조례를 신설했고, 일정액을 지원해 유지해 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지원 받는 금액으로는 보존회들이 영위해 나가기가 무척 어렵다. 넉넉잖은 예산으로 일회 공연은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공연을 하기 위해 여러 차례 모여서 연습해야 한다. 보존회원의 규모는 보통 80명 이상이다. 모여서 연습하면 간식도 먹고 때론 식사도 해야 한다. 또한 전통놀이는 소품이 많아 아무리 알뜰히 집행해도 모자란다. 앞으론 돈을 줘가면서 해도 전승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분들을 위한 적극행정이 필요하다. 사람은 죽으면 사라지지만, 우리의 문화유산은 천,만년 길이 계승돼야 한다. 이건 사명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우리 지역의 훌륭한 문화유산들이 손실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와중에도 2019년 9월 어려움을 타개하고 새로운 대전의 전통민속놀이를 재창조하기 위해 11개의 놀이보존회가 연합회를 결성했다. 내년에는 대형 국제행사인 세계정부총회(UCLG)가 대전컨벤션에서 열린다. 140개국 1000여 지방정부협의체 회원들이 찾는다고 한다. 93대전엑스포 이후 최대의 국제행사다. 이런 국제행사에 문화공연행사가 열린다면, 대전의 민속예술 전통민속놀이를 그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대전의 뿌리니까!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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