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뒤 중단됐던 급식시설 대부분 재개
도시락 배식에 일손과 비용은 증가하며 부담

지난 8일 오전 6시 30분쯤 대전역 인근 무료 급식소 `나눔의 집` 앞 골목에서 저소득 노인 등 수십 명의 사람들이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범진 기자
지난 8일 오전 6시 30분쯤 대전역 인근 무료 급식소 `나눔의 집` 앞 골목에서 저소득 노인 등 수십 명의 사람들이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범진 기자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로 일부 중단됐던 대전역 인근 무료 급식소들이 운영 재개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노숙자 등 시설 방문자들이 늘었고, 방역을 위해 배식 대신 도시락을 제공하면서 운영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번 줄어든 지역 사회의 후원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에서 코로나 확산세 급증으로 자칫 운영이 다시 중단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의 시선이 상당하다.

지난 10일 오전 6시 30분쯤 대전역 인근 한 골목길에 위치한 무료 급식소 `나눔의 집` 앞에 노숙자 등 저소득 노인들 수십 명이 거리를 두고 줄을 서 있었다. 여성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이 남성 노인이었다. 배식이 예정된 7시가 다가오자 줄은 골목 끝까지 길어졌다.

이곳을 운영하는 교회 관계자와 봉사자들이 검은색 비닐봉투에 담긴 도시락통을 이들에게 건넸다. 배식은 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고 줄을 섰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뿔뿔이 흩어졌다. 이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80여 명이고 메뉴는 떡국과 김치였다. 이날 급식을 받은 80대 노인 김모 씨는 "좀 이따 열한 시쯤 나오는 다른 급식을 받으러 갈 것"이라면서 "코로나19가 터진 직후엔 무료 배식이 많이 없어졌는데, 요즘은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지역 무료 급식소 관계자 등에 따르면 6곳 정도로 파악되는 대전역 인근의 무료 급식소 대부분이 운영을 재개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사정은 예전 같지 않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식사를 도시락 용기에 담기 위해, 하루를 코로나 이전보다 40분쯤 앞당긴 새벽 4시에 시작한다고 했다. 해당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늘어난 일감에 따른 육체 피로보다 경제적 부담을 더 크게 느낀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개당 480원씩 하는 도시락 용기를 마련하기 위해 한 달에 100만 원가량의 추가 지출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무료 급식소 한 관계자도 "한 끼마다 하나에 550원 정도 하는 도시락통 값이 추가로 들게 됐는데 방문 인원도 코로나 이전보다 많아져 그만큼 월 평균 비용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가장 큰 고충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지역사회 각계에서 이어져 왔던 후원이 절반이 넘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전시는 지난해 보조금 지급 대상인 일부 무료 급식소에 대한 지원을 1식당 2500원에서 3000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그마저도 도시락 용기 값으로 쓰이면서 큰 의미가 없게 됐다는 게 대체적인 현장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사실상 후원금 모집은 거의 포기"라면서 "후원하던 분들의 사정을 알고 있고, 어려운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기 때문에 엄살을 떨 수가 없다. 그저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지난 8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대전지역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상향조정됐지만, 무료 급식소들은 이와 관계없이 그대로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는 무료 급식소들이 코로나에 대응해 도시락 형태로 배급 방식을 변경하며 감염 확산 우려를 효과적으로 차단했고, 이때 사회 취약계층에 마스크도 함께 공급하는 등 방역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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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7시쯤 대전역 인근 무료 급식소 `나눔의 집`에 줄을 서서 기다렸던 사람들이 검은색 비닐봉투에 담긴 도시락통을 받아가고 있다. 이날 배식은 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사진=김범진 기자
지난 8일 오전 7시쯤 대전역 인근 무료 급식소 `나눔의 집`에 줄을 서서 기다렸던 사람들이 검은색 비닐봉투에 담긴 도시락통을 받아가고 있다. 이날 배식은 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사진=김범진 기자

김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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