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지구 전체 토지 면적의 1%에 불과한 도시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머물고 있다. 이 곳에서 배출되는 에너지 소비 및 탄소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80%를 차지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시에는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며, 도시화의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도시에서는 기업과 인구가 모인 채 성장하며, 파괴적 기술 혁신이 경쟁적으로 일어난다. 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소비활동은 또 다른 부를 만드는 매개체다. 도시라는 기반 위에 경제가 살아 숨 쉬는 원리다. 도시는 이토록 인류와 자연에 가장 밀접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세종시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특별한 도시다. 지난 2002년 대선에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 공약이 발표되던 그 순간, 태생부터 국가의 명운을 짊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도권으로 과밀화된 부작용을 해결하고, 新행정수도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정돈된 도시의 이면에, 세종시에는 아직 풀지 못한 시대적 과제가 남아있다. 그 중 하나가 국회 세종의사당이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 통과가 또다시 무산됐다. 127억 원의 설계비를 예산에 반영하고도 백년대계로써의 범국가적인 아젠다가 정처없이 길을 헤매는 지경이다. 이제는 명분 싸움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겨진 채, 대선과 지방선거의 격랑에 좌초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마저 든다.

국회 세종의사당은 정치적 쟁점이 아닌, 미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수도권으로부터 인구와 산업의 기능이 넘어오지 않은 채, 국가균형발전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국회 의사당을 시작으로 행정력이 순차적으로 이전해 온다면, 다음에는 기업이, 그리고 사람이 옮겨올 것이다. 이는 곧 세종시의 행정수도 기능을 완성함과 동시에 자족기능 확충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경제와 문화, 정치와 행정의 기능을 분산해 국가의 위상을 강화한 사례는 미국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세종시는 미국의 워싱턴처럼 정치와 행정수도로, 서울은 뉴욕과 같이 경제, 문화의 수도로 기능을 분산하려는 지향점은 미국과 흡사하다. 미국도 과거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 D.C로의 수도 이전이 결정됐을 무렵에는 기존 수도의 편리하고 우아한 시설을 두고, 동부해안을 따라 낯선 새 건물로 가야 하는 불편함에 의원들의 불만이 상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백악관은 물론,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전세계를 주름잡는 행정기관이 모두 위치한, 세계 제일의 번영한 도시가 되며 미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항간에는 행정수도 이전이 조금 늦춰지는 것뿐 아니냐는 반문도 있다. 나는 답하고 싶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이전의 10년과 앞으로의 10년은 결이 다르다. 코로나는 변화를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곳으로 방향을 틀기도 한다. 코로나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기술의 변화, 문화의 변화가 단적인 예다. 도시를 중심으로 시대가 급속도로 변해가는데, 정치적 이해관계와 틀에 박힌 사고방식으로 흐름을 좇을 수 있을까. 도시화가 가속화될수록 지방분권, 국가 균형발전은 점점 멀어진다. 오늘의 결정은 10년 후 미래를 바꿀 선택일지 모른다. 2030년, 세종은 50만 인구의 자족도시를 꿈꾼다. 국회 세종의사당은 정치적 도구가 아닌, 시대적인 가치가 내재된 변화의 상징임을 잊지 말자.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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