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아파트 주차장 불길, 대전 태평동 고우종·박기홍 씨 적극 진압

8일 대전 둔산소방서에서 고우종(왼쪽) 씨와 박기홍 씨가 화재 진압 공로를 인정받아 대전시장 표창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8일 대전 둔산소방서에서 고우종(왼쪽) 씨와 박기홍 씨가 화재 진압 공로를 인정받아 대전시장 표창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모두가 잠든 새벽 아파트 단지에서 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었던 불씨를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진압한 두 시민이 화제가 되고 있다.

대전 중구 태평동 삼부아파트 입주민 고우종(48) 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1시 59분쯤 집안에서 아파트 주차장에 쌓인 재활용품 더미 속 불씨를 발견해 즉각 소화기를 들고 현장으로 뛰어 나갔다. 이 불씨는 재활용품을 태우기 시작하면서 화재로 번졌다.

고 씨가 소화기로 진화에 나선 사이 고 씨의 부인은 즉각 119에 화재 신고를 했다. 그러나 고 씨는 불길을 잡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그 순간 같은 동에 사는 박기홍(47)씨가 이 상황을 파악하고 불길이 번지는 현장에 합류했다.

이들은 인근 동에 1층 옥내소화전 소방 호스를 소화전 밸브와 연결해 화재 진압을 다시 시도했다.

소방안전관리자 경력이 있던 고 씨가 상황을 주도한 채 박 씨가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이윽고 이들은 불길을 잡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일면식이 없었지만, 긴급 상황에서 그 누구보다 합을 잘 맞추며 자칫 큰 불로 번져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화재사고를 초기에 진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역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재활용품 더미 속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로 인해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소방당국은 8일 이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 대전시장 표창을 수여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하마터면 주차된 차량이나 건물로 불이 번져 큰 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두 명의 시민이 막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고 씨는 "누구라도 했을 일인데 상까지 받게 돼 영광이다. 우리 가족과 이웃들에게 작은 도움이 돼 뿌듯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박 씨도 "밤낮 없이 시민들을 위해 애쓰는 소방관들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앞으로 가정과 일상에서 화재 예방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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