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몬스터(캣 아니 지음·제효영 옮김/ 현암사 / 448쪽 / 2만 원)

인간이 살면서 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 몸은 제각기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세포들이 모여 서로 협력하는 사회와 같다. 반란과 배신이 아닌 질서와 규칙이 지켜질 때 우리 몸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암은 질서 정연하고 평화로운 세포 사회에 등장한 이기적이고 교활한 악당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인 요소들을 피하면 암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암은 간단하게 치부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고 말한다. 암은 외부요인 뿐만 아니라 유전체에 흔적을 남기는 변이 중 많은 수가 생물학적인 내부에 요소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또, 연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은 종양의 유전학적 구성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고 유전자 결함도 다양해 과학적 기술이 발전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모든 암은 제각기 다른 세포군이 뭉쳐진 유전학적 조각보와 같다"며 묘사한다.

아울러, 저서는 암의 유전학적 메커니즘뿐만 아니라 과거 2세기 갈레노스의 유방암 환자부터 시작된 암 연구의 역사도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20세기 초 이후 수십 년 동안 암 연구의 중심은 체세포 돌연변이 이론의 시대였다. 정상적인 세포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제 멋대로 증식하면서 암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어진 연구에서는 정상적인 인체 조직에도 위험한 돌연변이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피부암 징후가 전혀 없는 건강한 사람의 눈꺼풀을 분석한 결과 수천 가지 돌연변이 세포가 발견됐다.

또, 이번 저서는 표적치료 등으로 대표되는 암 치료의 역사와 더불어 치료법의 문제와 한계에 대해 많은 부분을 다룬다. 특히 제약업계의 치료제 개발 방식과 암 예방 분야의 지원금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제약업계는 약물 내성이 생기지 않는 방법을 찾기 보다는 억제제 개발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억제제 개발이 승인만 되면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사람의 목표는 살아 있는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너무 일찍 암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 저서 집필의 목적"이라며 "진화의 힘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을 때 언젠가는 암과의 대결에서 `게임 끝`인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반드시 와야만 한다"며 마무리한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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