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신 유성중 교장
정상신 유성중 교장
21세기 대역병 코로나19가 일상을 멈추게 하고 학교의 문을 닫게 한 지 1년 6개월이 지나고 있다. 휴교로 인한 교육적 후유증을 생각할 때 학급당 20명만 조성됐어도 교실이 문 닫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하자, 교육당국은 마치 4차 산업혁명시대가 앞당겨진 기회인 양 학교 문을 닫고 원격수업을 완력으로 밀어붙여 교원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평소에 하던 수업의 방법을 하루아침에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배우고 익히며 실행해온 선생님들의 고초가 컸다. 그러나 사회적 혼란과 고통을 생각할 때 차마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고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일상의 리듬이 깨진 것은 물론, 선생님의 손길과 지도에서 벗어나 건강한 성장의 기회를 잃고 교육적으로는 황무지 같은 환경에 놓인 것과 같았다. 자연스레 사회적 계층 격차가 학습격차로 이어지고, 학교급식의 부재로 학생들의 영양 격차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새로이 걱정스러운 상황은, 비대면 기간이 늘어나자 학생들이 사이버 생활인이 되었다는 점과 고립된 시간만큼 정서적 결핍감과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자로서 학생을 생각하면 9월 전면 등교를 환영한다. 진작에 전면등교를 해야 했다고 생각까지 한다. 전염병 발생 당시에는 대비책도 없고 공포스러움에 휴교 결정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에 예방백신도 있고 대응체제도 갖춰져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전면등교를 결정했다고 이해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학생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니만큼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기에 꼼꼼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2021년 7월 1일 현재 확진자 수가 하루 700명을 넘나들고 있다. 이에 반하여 작년 3월 1일 신규확진자 발생 595명에 학교는 문을 닫았었다. 작년 7월 1일 신규확진자 발생 51명에 부분 등교를 실시한 바 있다. 혼란스럽다. 코로나와 방역 그리고 학생의 건강 사이에 무슨 기준으로 그동안 정책이 결정되었다는 것일까? 불과 1년 동안, 휴교와 등교 결정을 통해 보여준 교육부의 비장해 보이지만 미봉책이고,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기준을 상실한 정책 결정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무척 부당한 결정이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로서는 지금의 결정에 대해 반갑지만 학교발 집단 감염의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모든 업무와 책임이 일선학교에 내려졌지만 정책결정의 근거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지원과 대책은 종전과 같으니 학교에는 불안감과 걱정만이 남은 것이다.

학교장으로서 2학기 등교방역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등교부터 하교까지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하니 선생님들의 수고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방역지원팀이 학교당 3-4명 배정되지만, 큰 학교의 경우 많이 부족하고 온통 선생님들의 수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급식실은 방역지침상 거리를 준수하다 보니 평소의 2분의 1 정도로 사용할 수 있어 전교생이 다 먹으려면 무척 긴 점심시간을 각오해야 한다. 아침도 못 먹고 오는 학생들이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을 기다릴 생각을 하니 내 배가 고파지는 느낌이다. 요즈음 아침 안 먹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사이에 간식이라도 줘야 하는 건지, 주자면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지 고민이다.

미래에는 감염병뿐만 아니라 환경과 기후변화 등 교실을 위협하는 재앙이 언제 닥칠지 모른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안전하고 건강한 교실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한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말했듯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조성해 줘야 한다. 그리고 학교당 배정 인원수를 균등하게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 기본조건이 조성되면 미래에 다가올 감염병에도 등교를 멈추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재앙에도 한 마을의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보호처로서 학교는 그 기능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학급당 20명은 2000년 들어서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숙원사업이었다고 기억한다. 이제 법령으로 정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추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학급당 20명은 소중한 우리들의 자녀를 건강하고 바르게 키울 수 있는 기본적인 교실환경이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상신 유성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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