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K-바이오 랩 허브' 유치전 경쟁 치열
대전은 국내 최대 R&D 기반 바이오클러스터…'최적지'
여당 대표 잇단 구애에 정부 어떤 결정 내릴지 주목

정재필 취재2부장
정재필 취재2부장
`K-바이오 랩 허브(이하 랩 허브)` 유치를 위한 지자체 간 경쟁이 뜨겁다.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추세에, 코로나 팬데믹으로 바이오·헬스가 전 지구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랩 허브`는 미국 보스턴에 있는 `랩 센트럴(LabCentral)`을 벤치마킹한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다. 랩 센트럴은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설립된 비영리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다. 연면적 7800m² 공간에 대학·연구소·기업·대학병원·벤처캐피털 등 바이오 생태계가 완비돼 있어 창업이 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코로나 백신 기업 `모더나`를 배출하는 등 바이오 창업 메카로 떠올랐다.

정부는 지난 3월 바이오 벤처 스타트업 성장과 글로벌 진출 확대 등을 위해 `랩 허브`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자체를 상대로 대상지 공모에 착수했다. 공모에는 대전을 비롯한 오송, 포항, 인천 등 11개 지자체가 뛰어들었는데, 정부는 이달 안으로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랩 허브` 구축에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 2024년까지 국비 2500억 원, 지자체 예산 850억 원 이상 등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치료제·백신 등 신약 개발과 진단 기술 고도화 과정 등에 요구되는 연구·실험부터 임상 시험, 시제품 제작, 산·학·연·병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에 이르는 바이오 창업 전진기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정부 측의 야심 찬 구상이다.

대전은 한마디로 `랩 허브` 최적지다. 2023년 출범 50주년을 맞는 대덕연구개발특구 기반 R&D 중심의 국내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다. 바이오산업 관련 정부 출연연과 연구기관, 기업 등이 300개를 넘어섰다. KA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 ETRI, 나노종합기술원 등 융·복합 연구를 위한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와 인프라도 최대 장점이다. 인구 1만 명 당 연구인력은 233명으로 전국 1위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도 전국 1위다.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2만 6000명이나 종사하고 있을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마디로 국내 최대 바이오 원천기술 공급지인 셈이다.

여기에 고품질 학술연구 실적뿐만 아니라 풍부한 경험의 스타트업 창업자,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고급인력 공급체계 또한 이미 자생적으로 갖춰져 있다. 2000년대 이후 정부 출연연이나 민간 생명과학연 등에서 일했던 연구원들이 분사 창업(Spin-off)한 기업들도 상당하다.

더욱이 `랩 허브` 구축 사업의 시초는 대전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2년 전 미국 보스턴을 방문한 뒤 `대전형` 랩 허브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해당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확대, 추진하면서 오늘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에 이르게 됐다.

이렇다 보니 대전 시민들은 한국형 바이오 `랩 허브` 대상지로 대전이 선택되기를 한껏 기대하고 있다. 대전시는 이런 시민들의 공감대와 지지를 끝까지 결집시켜 랩 허브 유치를 성공으로 이끌고, 대전을 세계적 바이오 메가시티로 발돋움시켜야 한다.

그러나, 난제가 있다. 정치적 영향력이나 입김(?)이다. 지자체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사실상 `랩 허브` 인천 유치를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등 빅 3 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 차원에서 바이오를 언급했다지만 5월 26일 인천 송도에서의 당 최고위원회 발언, 6월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랩 허브` 인천 유치를 위한 계산된 정치적 발언이 아니겠느냐고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국가 프로젝트는 정치적 입김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가장 공정하게 선정돼야 뒤탈이 없다. 172석 거대 집권여당을 이끌고 있는 당 대표의 구애작전에 중기부가 어떤 결론을 낼지 관심이다. 20년 넘게 위치한 대전에서 세종시로 이전을 추진해 대전 시민을 실망시킨 중기부가 또다시 시민을 절망에 빠뜨릴지 두고 볼 일이다. 정재필 취재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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