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여규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장
이여규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장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기사가 자주 눈에 띈다. 지난 4월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삼성전자, LG, SK 등 주요그룹 18개사가 참여한 ESG 경영위원회를 개최하고, `ESG 자율경영 실천을 위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자리잡은 ESG, 어떻게 봐야 할까. ESG는 기존에 없던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고, 인류가 당연히 해야 하고, 추구해온 보편적 가치라는 것이다. 기후변화나 청정생산 등을 다루는 환경문제(E), 인권이나 노동 및 산업안전, 공정거래 등 사회문제(S), 주주권익이나 공정한 이사회 운영, 내부 견제기구의 건강한 작동 등 지배구조문제(G)는 공동체의 존속과 성장을 위해 꼭 풀어야 할 숙제로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 인식돼 온 `자유나 평등`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ESG, 왜 이렇게 핫해졌을까? 소비자들이 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트에서 가장 싼 계란 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동물복지 계란이 잘 팔리고, 자연과 청정을 앞세운 맥주가 인기를 끈다. 소비자는 제품에 담긴 가치를 보고 가치 중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 트렌드에 따라 이윤만 추구하는 민간기업은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기업 경영활동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사회변화를 뚜렷이 체감할 수 있다.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한 갑질과 제품의 효능을 허위로 발표한 기업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과 관심은 종국적으로 경영진의 퇴진으로 이어졌다. 또한 노동자의 안전을 등한시해 소중한 생명을 잃게 만드는 기업들도 소비자들로 하여금 제품의 구매를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앞으로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잘 담아 내는 기업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이러한 기업들은 사회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을 할 것이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법령으로 정해진 업무만 수행하고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가치를 외면하는 기관은 더 이상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기 힘들다. 지난 5월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이 함께하는 ESG의 새로운 길`이라는 책을 발간하고, 이에 맞춰 ESG 포럼을 개최해 "국민연금 ESG 투자 확대는 장기수익과 안전성을 높이는 등 국민 노후 자산의 수호자라는 공단의 본질적 사명에 부합하므로, 책임투자를 보다 충실히 수행하고, 국민연금의 ESG 경험과 역량의 공유를 통해 우리나라의 `ESG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필자가 속한 국민연금 대전세종지역본부는 ESG 경영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ESG 실천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공헌기금을 활용해 저소득층에게 연금보험료를 지원하고,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진 장애인·노인·아동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물품을 후원한다. 일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 일손 돕기에 참여하고, 지역 자활센터와 협력하여 취약계층 자립·자활을 위한 `NPS 번개출장세차`도 매월 실시하는 한편, 일회용품 덜 쓰기 운동도 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ESG 실천을 통해 국민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관이 되기를 소망하며, 공공분야의 ESG 실천 성과가 다른 분야에도 널리 공유되고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이여규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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