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일상생활의 소중함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와 닿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국내외 건축답사를 다니곤 했었다.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책 또는 각종 매체들을 통해 손쉽게 얻고자 하는 정보나 보고자 하는 것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유홍준 교수는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게 되고, 알게 되는 만큼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간접적인 배움도 중요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지고 공간 안에 들어가 오감을 통해 직접 느끼는 것은 분명히 그 어떤 훌륭한 자료를 눈으로만 보고 공부하는 일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나의 답사 일정은 늘 많이 걷고, 그곳 사람들이 생활하는 골목길을 둘러보길 마다하지 않으며 도시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그들의 생활을 직접 느끼고자 노력한다. 같은 공간도 그때마다 공간이 주는 느낌은 신기하게도 항상 다르다. 직접 보고 느낀다는 것은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하는 나의 작은 노력이다. 건축은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일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스스로 묻고 답하길 반복한다. 세상 모든 일은 기본 지키기가 먼저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사고만 보더라도 모든 문제는 기본부터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계약유무를 떠나 반드시 현장을 먼저 본다. 현장을 직접 보지 않고 설계를 생각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의 기본 지키기 설계원칙의 첫 번째다. 건축답사는 지어진 건축물을 직접 보고 느끼고 상상하고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연결고리를 찾고자 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면 현장답사는 앞으로 지어질 건물에 대한 고민과 이해, 그리고 그곳에서 삶을 이어갈 사람에 대한 배려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사람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삶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건축물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건축가 김수근 선생은 `건축가는 건물이 아닌 마음을 짓고 꿈을 짓는 것`이라고 했다. 대지에 대한 존중, 집보다 집 안에서 살게 될 사람들에 대한 사랑, 어떤 모양의 집을 짓는 것보다 대지가 어떤 집이 놓이기를 원하는가를 미리 헤아리는 마음, 주변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존중과 배려가 건축가에게 꼭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대지의 형태, 그곳에 자라난 나무 한 그루도 허투루 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지와 주변 여건들을 파악하고 그 장소와 어우러질 집을 설계하고자 한다. 집은 그곳에 머물 사람들의 삶의 그릇이 되고 그 안에서 켜켜이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집은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건축답사는 좋은 건축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정관념에 빠져있지 않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시간이다. 건축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정답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고 더불어 기회가 되는 대로 열심히 답사를 다닐 생각이다. 건축을 공부하는 건축학도 그리고 이미 건축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경험하길 바란다.
구국현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아뜰리에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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