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요즘 경제 관련 뉴스에서 `ESG`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약어로, 기업이 전통적인 목적을 넘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소위 `착한 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단순히 재무제표에 기반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기업의 지배구조 또한 오너 개인의 이익과 욕심만을 챙기지 않도록 구조적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ESG는 최근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그동안 성장을 최우선 순위로 생각해 오던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부각된 지 10여 년이 지났으며, 이제는 정직하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외면받는 시대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환경 및 사회문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업이 돈만 잘 벌면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사회 전체에 걸쳐 기후 위기, 사회 양극화 등 환경·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ESG 열풍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기업의 의무가 됐다.

한편 MZ세대가 소비자와 기업 구성원의 주류로 진입하면서 이들이 민감하게 주목하는 환경과 사회, 공정성 이슈가 ESG 열풍을 한층 가속화시키고 있다. MZ세대는 사회 각계에서 특혜 타파와 공정을 요구하고 있고, 고객과 직원으로서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계층이 됐다. 미국의 세대 연구기관인 CGK의 더니스 빌라(Denise Villa)는 MZ세대에 대해 지속적인 경력 개발, 회사 추구 방향과 본인 가치관의 동일시, 사회에 대한 회사의 긍정적인 영향력 등 세 가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다. 요약해 보면, 자신은 물론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며, 합리성과 공정성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MZ세대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눈높이와 기대가 높으며, 경험과 판단에 기반한 합리성을 추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기를 원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에 대한 기대가 어느 세대보다 높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아담스(John S. Adams)가 제안한 공정성이론(Equity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투입한 노력이나 비용 대비 자신이 받게 되는 보상이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비교해 자신에 대한 대우가 공정한지, 또는 불공정한지를 인식하게 된다고 했다. 어떤 위치에서든 사람들은 자신의 기여와 업무 성과가 공정한 임금으로 보상받고 있다고 느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올해 초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의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촉발된 성과급 불만 이슈가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얼마 전 한 시장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 중 83%는 제품 구매 시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의 피드백과 여론 형성은 냉정하고 오래 지속된다. 얼마 전 남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무신사는 창업자가 일선에서 퇴진했으며, 남양유업 또한 자사 제품이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식의 발표를 내놨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례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직하지 못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기업의 윤리적 경영과 공정성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는 현상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부문에 걸쳐 MZ세대가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MZ세대는 공정 이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판단에 따라 능동적으로 행동하며 집단행동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ESG 열풍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ESG의 준수를 통해 공정하고 착한 기업이 돼야 한다. 기업의 내부 구성원이자 외부의 고객인 핵심 이해관계자가 바로 MZ세대라 더욱 그러하다. 정철호 목원대 산학협력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