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언젠가부터 전 세계의 잦은 폭염과 가뭄, 폭우, 폭풍, 산불 등 기상이변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이 소실되기 시작했다. 2019년 6월 불과 16세의 그레타 툰베리가 무동력 요트로 유엔 기후정상회담 연설장에 도착해 "지구환경을 훼손함으로써 기성세대가 미래 세대를 배신하고 있다"고 눈을 부릅떴을 때 세계의 언론은 `어리고 당돌한` 그녀를 대서특필했지만 깊이 반성하지 않았다. 같은 해 1만 7000여 개의 섬나라 인도네시아는 해수면의 상승으로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칼리만탄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지금처럼 인류가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는다면 2100년이 오기 전에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나라들의 명단은 점점 길어질 것이다. 문제는 기후만이 아니다. 산업화와 글로벌화 이후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쇼윈도우 뒤편 구석진 곳에 켜켜이 쌓아둔 시장경제의 문제점은 하나의 명제로 귀결됐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지구도 인류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고대부터 팬데믹이 휩쓸고 지나가면 인구는 물론이고, 사회, 종교, 경제, 문화예술 등에 지각변동을 일으켜 세상을 바꿔왔다. 코로나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그중 큰 변화를 꼽는다면 단연 경제구조의 변화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법률과 제도는 물론 기업경영, 회계, 투자 등에 이르는 각 분야에서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앞 다투어 선언하고 나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도 바로 이러한 연장선상이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업이 선택한 ESG는 어떻게 세상을 리셋할 수 있을까.

코로나19의 와중에 올해 초 대통령으로 선출된 미국 46대 대통령 조 바이든의 취임사에서도 ESG의 단초를 읽을 수 있다. "주주자본주의를 끝낼 시간이다.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이 주주만 책임지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는 진실이 아니다. 기업은 근로자, 지역사회, 그리고 국가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의 국정 운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선언이면서 동시에 기업은 기업의 주인인 주주를 위해 더 많은 이윤을 남기는 것보다 소비자와 투자자, 근로자, 지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걸 우선시해야 된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 Rock)은 이미 지난해 9월 `향후 투자 결정 시 기업의 실적 외에도 ESG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들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투자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는, 머지않아 우리 정부나 은행, 대기업은 조달행위에 있어 ESG의 이행여부와 수준을 잣대로 할 가능성이 커졌고 ESG가 기업의 경영뿐 아니라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업의 사회적 공헌(CSR)이 선택이었다면 ESG는 필수이고 나아가 돈이 되는 비즈니스 모델로도 진화하고 있다.

전 세계 비즈니스 지형이 이렇게 급격히 바뀌고 있던 지난 3월 대전상공회의소 24대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우리 지역의 비즈니스가 나아갈 방향을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이를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다지는 작업을 당선 순간부터 계속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인들은 엄청난 변화의 물살 앞에서 망연자실할 수도 있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다수 포진해있는 우리 지역 특성상 ESG의 실현을 위한 전담팀이나 시설을 구축할 여력이 없어 난감할 수 있다. 따라서 대전상공회의소 회장단과 임직원들은 기업들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발빠르게 ESG경영에 합류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오는 7월 1일 전국 상공회의소 중 최초로 ESG경영 선포식을 갖기로 했다. 변화는 늘 낯설고 힘들지만 한 치 앞을 예견하기 어려운 불안의 시대에 ESG는 오히려 기업에 훌륭하고 필수불가결한 백신이 되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 기업인들 스스로가 공모자였던 미래에 대한 위협을 걷어내고 ESG를 나침반 삼아 대전상공회의소와 함께 더 풍요롭고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힘찬 여정을 시작하자.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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