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식 대전건축사회장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이 협회 운영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호철 기자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이 협회 운영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호철 기자
대담=맹태훈 취재3부장 겸 세종본부장

건축은 인간 삶의 양식을 규정한다. 원시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발전과 건축은 정비례의 길을 걸어왔다. 인간은 건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생각하는 대로 살고,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말 속에 `건축`은 숨어있지만 차지하는 지분은 크다. `토지에 정착(定着)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시설물, 지하나 고가(高架)의 공작물에 설치하는 사무소·공연장·점포·차고·창고,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건축물에 대한 건축법의 정의 그대로 사람은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주체이면서 건축물이라는 오브제 안에서 살아가는 객체이기도 하다. 건축의 순환체계에서 건축사는 핵심당사자다. 그 공공성과 막중한 책무를 증명하듯 `건축사법`을 따로 뒀다. 지역 건축사들을 대변하는 대전시건축사회 박태식(59) 회장은 건축사 윤리선언서의 원칙과 함께 끊임없는 변화를 강조했다. 사회·환경의 변화, 건축의 변화, 건축사의 변화가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의 발로로 읽힌다.

박태식 회장은 올 3월 치러진 제16대 회장선거에서 `상생하는 건축사, 화합하는 건축사, 즐거움을 함께하는 건축사`를 내세워 당선됐다. `회원의 웃음을 위해 분명한 회장이 되겠다`는 다짐도 냈었다. 4월 취임 후엔 `변화 없는 협회는 없다`는 구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변화의 시작은 회원 건축사들의 상생 도모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생계다. 건축사는 1965년 처음 배출된 이후 1급과 2급으로 구분됐다. 건축사 자격은 1978년 2급 건축사가 폐지되고 건축사로 일원화된다.

2020년 상반기 기준 누적 합격자 수는 2만 4382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정회원 건축사사무소는 2019년 12월 현재 개인건축사사무소 7825곳, 법인건축사사무소 2680곳에 달한다. 대전에선 294개 개인건축사사무소, 62개 법인건축사사무소가 활동 중이다. 대전건축사회 정회원은 425명이다. 일거리는 한정돼 있는데 건축사는 많으니 선택과 집중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이는 곧 건축사들의 생존권과 직결된다.

박 회장은 "최근 정부정책에 따라 건축사가 연간 2200명씩 배출되고 있고 대전 역시 과거 100여 명에서 크게 증가한 400명 넘는 건축사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건축사로서 품위는 물론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설계사무소가 많다는 게 지금 처한 현실"이라고 낮은 어조로 말했다.

업계 당면과제이자 대안 중 하나로 건축사의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 꼽힌다. 빈번한 자연재해로 건축물 안전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기능·구조·미적 충족 등 건축의 기본을 넘어 에너지 절약, 범죄예방,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등 다양한 공공 가치가 떠오르고 있는 만큼 건축사의 경쟁력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고 업계는 판단한다. 그러기 위해선 건축사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해 건축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역량과 윤리의식을 함양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건축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올 4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거쳐 이달 18일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정가결됐다. 앞으로 남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하반기부터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현행 건축사법은 건축사 자격등록을 한 건축사가 시·도지사에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만 하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업역적 특수성을 악용해 이른바 사무장 같은 비자격자들이 건축사를 사칭하거나 불법으로 자격을 대여하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을 통해 반드시 근절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업무대가기준 현실화는 절대적이다. 일선 건축사들이 건축전문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에도 경제적 여건이 나아지지 않는 건 설계업무 초기단계에서 필수적으로 수행하는 `기획업무 및 계획설계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부실 설계나 부실 감리를 초래하고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박 회장은 "건축사는 양질의 건축물을 설계하고자 많은 시간 고민하고 대지와 주변 환경에 맞게 수차례 배치하고 수정하는 등 인고의 시간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 계획설계비에 대한 비용 지불에는 고개를 갸웃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설계비 대가를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금액으로 책정해 건축사가 제대로 받고, 받은 만큼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설계비 제값받기 운동`을 추진해 보려 한다"고 부연했다.

건축사업계 상생방안으로 `역량 있는 건축사`의 부작용 근절 의지도 내비쳤다. 역량 있는 건축사는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시행령상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또는 외국 정부가 발주한 설계공모에서 입상한 실적이 있는 건축사` 등을 말한다. 박 회장은 "정부가 역량 있는 건축사에게 좋은 취지로 설계부터 감리까지 다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파고들어 다가구주택 등 감리를 1명이 50-100건씩 독식하는 편법 영업 사례도 있다"며 "지역 전체 건축사가 일을 나눠 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데 그렇지 않다. 회장 임기내 근절방안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이끄는 대전건축사회는 일대혁신을 앞두고 있다. 주요공약 중 하나로 다짐한 새로운 `건축사회관` 조성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현재 입주해 있는 중구 대흥동 원도심 건물을 철거 후 그 자리에 신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 건축사들의 위상과 품위에 걸맞지 않고 비좁은 주차장은 난제였다. 10년내 건축사회관 건립을 공약한 박 회장은 임기 시작하고 석 달 만인 최근 전담조직(TF)을 꾸려 건축사회관 조성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박 회장은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한 대전에서 수십 층의 고층 주거건물이 속속 올라가면서 도시경관은 답답해지고 구조적인 아름다움과 기능적인 면을 두루 갖춘 지역 대표 건축물은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건축전문가집단으로서 원도심 재생과 지역상생의 목표 아래 특색 있고 테마가 있는 대전건축사회관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랜드마크로 기억될 수 있도록 내실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리=문승현 기자

◇박태식 대전시건축사회 회장은

1962년 서울 영등포구 출신이다. 어린 시절 대전으로 와 정착했다. 1981년 대전 동아공고 건축과 1회로 졸업하고 1990년 한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대전 서구에서 태화건축사사무소를 개업했다. 2005년 대전시건축사회에서 건축위원장을 시작으로 2013-2016년 이사, 2014-2017년 감사를 지냈다. 대전 중구 봉사추진위원, 대전 서구 감사위원 구민감사단, 대전시 집합건축물 분쟁조정위원 등 왕성한 대외활동을 벌였다. 올해 3월 회장 선거를 거쳐 4월 제16대 대전건축사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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