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전설 '천근 벙어리샘' 관리 방치 속 안내 글 빗물에 사라져
중구 향토문화심의위원회 식물위원회 전락…방치 키웠다 지적도

지난 25일 대전 중구 문화동 보문산로 229번지에 위치한 천근 벙어리샘. 안내판의 글씨 모두 지워진채 방치돼있다. 사진=박우경 기자
지난 25일 대전 중구 문화동 보문산로 229번지에 위치한 천근 벙어리샘. 안내판의 글씨 모두 지워진채 방치돼있다. 사진=박우경 기자
대전 중구가 향토 문화재적 가치가 적지 않은 `천근 벙어리샘`을 방치해 논란이 적지 않다. 향토문화재 지정과 관리를 담당하는 중구 향토문화유산보호위원회가 명목상 위원회로 전락하면서 방치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중구와 주민들에 따르면 문화동 보문산로 229번지에 위치한 천근 벙어리샘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으로, 과거 말을 하지 못했던 한 청년이 샘에서 100일 동안 목욕을 하고 기도를 드리자 말이 트였다는 유래가 전해지고 있다. 이 유래는 중구청, 중구 문화원 홈페이지 `중구 전설과 유래`에 소개돼 있다.

하지만, 천근 벙어리샘이 행정 당국의 손이 닿지 않은 채로 방치되다시피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5일 찾은 문화동 천근 벙어리샘은 흡사 정화조와 다르지 않았다. 벙어리샘 위에 설치된 안내판은 오랜 기간 방치된 듯 빗물에 씻겨, 글자가 모두 사라졌다. 마을 전설로 내려오는 샘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벙어리샘 인근 한 주민은 "옛날 이 벙어리샘은 마을 공동샘이었다. 모든 주민이 여기서 물을 길어다 먹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관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벙어리샘 안내판도 글씨가 지워진 지 한참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중구의 향토문화유산보호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향토 문화 방치를 키웠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향토문화유산보호위원회는 국가와 대전시 문화재 이외 향토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경관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유적을 구청 향토 문화재로 등록, 관리하는 일을 한다.

그렇지만, 8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지난 2012년 출범 후 단 3차례만 회의를 개최했을 뿐이다. 학계와 지역계 일각에서는 자치단체장이 주민 공동체와 협력, 향토문화 보전을 위한 위원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치위원회는 자치단체장이 주민 자치마인드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위원회 활성화 여부가 달라진다"며 "위원회도 자치장의 성과에 집중돼있다 보니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한 위원회는 많지만, 보전을 위한 위원회는 침체돼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대전 중구 한 관계자는 "과거 향토문화위원회에서 부사칠석놀이와 버드내보싸움 놀이 등이 문화재로 등록됐었다"며 "향토문화유산보호위원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박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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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대전 중구와 중구 문화원에 소개된 천근 벙어리샘이 안내판 글씨가 모두 지워진채로 방치돼있다. 사진=박우경 기자
지난 25일 대전 중구와 중구 문화원에 소개된 천근 벙어리샘이 안내판 글씨가 모두 지워진채로 방치돼있다. 사진=박우경 기자

박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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