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꼬뜨드본에서 레드와인만 생산하는 뽀마르와 볼네 마을 아래로 이어지는 뫼르소(Meursault) 마을부터, 위쪽 꼬뜨드뉘에서는 땅 속 깊숙이 자리했던 석회암이 지표면으로 드러나면서 화이트 생산에 적합한 토양으로 변한다. 부르곤뉴 화이트를 대표하는 그랑크뤼 몽라셰(Montrachet, 민둥산)는 세계 최고의 샤르도네 화이트로 평가받는데, `몽라셰`를 마을 명칭에 붙인 2개 마을 퓔리니(Puligny)-몽라셰와 사샤뉴(Chassagne)-몽라셰 사이에 4개의 다른 그랑크뤼밭과 함께 위치한다.

이들 4개 그랑크뤼 명칭에도 모두 `몽라셰`가 들어 있는데, 슈발리에(Chevalier)-몽라셰, 바따르(Batard)-몽라셰, 비엥브뉘(Bienvenues)-바따르-몽라셰, 크리오(Criots)-바따르-몽라셰이다. 이들 명칭의 유래는 상속을 하면서 장남에게는 기사를 의미하는 슈발리에, 첩의 아들에게는 서자를 의미하는 바따르, 어릴 적에 자주 울었다해서 시끄럽다는 의미의 크리오를 붙였다고 한다.

몽라세는 언덕 위쪽의 표토가 엷은 자갈 토양의 슈발리에-몽라셰와 언덕 하단의 상대적으로 두터운 진흙질 토양의 바따르-몽라셰 사이에 있다. 5개 그랑크뤼 포도밭을 모두 합쳐도 32ha에 불과한데, 본-로마네 마을의 로마네-꽁띠 등 6개 레드 그랑크뤼 포도밭 25ha와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량은 적은데 수요는 많으니, `몽라셰`가 명칭에 들어간 2개 마을 단위 와인 퓔리니-몽라셰(196ha)와 사샤뉴-몽라셰(308ha)와 혼동되지만 가격은 확연히 다르다. 사샤뉴-몽라셰에는 부르곤뉴 최다(55개)의 프르미에크뤼 포도밭이 있다.

필자도 몽라셰 그랑크뤼 와인은 맛보지 못했는데, 최근 고교동기 와인 친구의 배려로 루이자도의 바따르-몽라셰 2017을 만났다. 아직 덜 숙성되어 알렉상드르 뒤마의 표현 `고딕 성당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복합적인 향과 우아함은 역시 일품이었다. 이전에 몇 번 마셨던 퓔리니-몽라셰 프르미에크뤼인 루이자도의 도멘·뒥드 마젠타(Domaine Duc de Magenta) 끌로 들라 가렌느(Clos de la Garenne)가 아주 훌륭한 가성비 와인임을 새삼 깨달았다.

화이트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뫼르소(97.3%)와 퓔리니-몽라셰(99.8%)에 비해 레드 와인 생산 비중이 올라가는 사샤뉴-몽라셰(70%)부터 토양이 변화하여, 화이트 포도밭 비중이 19%로 줄어드는 남쪽 마을 쌍뜨네(Santenay)로 꼬뜨드본 지역이 끝난다.

2017년 7월 5일 `와인과 김치`란 제목으로 칼럼을 시작해서 정확히 4년간 68회 진행되었다. 첫 10회는 와인 초심자를 위한 개론, 이후로는 프랑스 현지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바탕으로 보르도(28회), 론(5회), 샹파뉴(9회), 부르곤뉴(16회)로 이어왔다. 이제 여기서 멈추려 한다. 코비드19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남부론과 샤블리 등의 와이너리 투어 계획이 어긋나면서 소재가 고갈되었기도 했고, 일반일들이 와인을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겠다고 시작했지만 많은 분들께 어렵게 느껴지는 글쓰는 방식을 달리해야하지 않을까하는 반성도 한 몫했다.

매번 마감에 쫒겼지만 칼럼을 준비하면서 알고 있던 내용도 재확인하고 몰랐던 사항도 많이 알게 되면서, 플라톤이 `와인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 했듯이, 덤으로 필자의 와인 삶도 풍부해졌다. `내 생에 유일하게 후회되는 것은 보다 많은 샴페인을 마시지 못한 것`(케인즈)을 교훈 삼아, 로제 샴페인 맛을 제대로 음미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본다.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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