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작년 대비 119.9% 늘어
구직사이트 '고수익 알바' 광고에 혹해 현금수거책으로…경찰은 주의 당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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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피의자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서도 보이스피싱 피해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대책이 마련되면서 이를 우회하려는 신종 사기 수법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보이스피싱 범죄 단체 조직의 지시를 받고 현금 수거책으로 전국을 돌며 피해자 최소 18명으로부터 모두 21회에 걸쳐 3억 원 상당을 편취한 20대 여성 A 씨를 검거,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4월 16일부터 지난 7일까지 전화금융사기 조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아 타인 명의 계좌에 이체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A 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뒤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하는 등 재취업을 준비하다가 `고수익 아르바이트`라고 홍보하는 구인 광고문자를 보고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 처음에는 `여행사 아르바이트로, 고령층이 계좌이체를 못 하니 대신 돕는 업무`라고 소개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상하다는 의심이 들긴 했지만, 생활비 등이 필요해 일을 계속하게 됐다"고 진술하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5일 대덕구 중리동에서도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 수거책으로 일하다 현장 검거된 20대 남성 B 씨가 사기미수 혐의를 적용받았다. 당일 은행원으로부터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 접수를 받은 경찰은 피해자를 통해 보이스피싱임을 확인한 뒤 잠복근무 중 접선 장소에서 B 씨를 현행 체포했다. B 씨도 A 씨와 마찬가지로 보이스피싱 범죄 단체 조직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피해자로부터 돈을 수거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대전지역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모두 451건에 달하며, 이로 인한 피해 금액은 9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45건·85억 원)과 비교해 피해 규모가 증가했다. 눈에 띄는 점은 범행 수법의 변화다. 올 들어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가운데 67.2%인 303건이 현금 수거책을 가담 시켜 피해자에게 직접 돈을 받아내는 `대면편취형` 수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0건과 비교해 119.9%나 증가했다.

기존에는 피해자가 돈을 송금하는 `계좌이체형` 유형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이 같은 범행이 줄어든 대신 대면편취형 수법이 급증한 것이다. 날로 늘어가는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통장 개설이 까다로워지고, 피해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체한 금액을 피해자에게 돌려준 뒤 계좌를 정지시키는 지급정지를 비롯해, 100만 원 초과 금액 송금 시 3시간 동안 송금을 지연하는 지연이체 제도 도입 등 대책이 마련되면서 이를 우회하기 위한 신종 수법이 주류를 이루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면편취형은 현금 수거책을 검거하더라도 범죄 단체 조직까지 수사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아르바이트생인 현금 수거책이 범죄 단체 조직에 대해 아는 정보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단순 작업에 고액 수당을 주는 게 보편적이지 않은데,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당연하게 수고비로 받아들이고 일을 시작하고 범행에 가담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에 연루되지 않게끔 주의가 요망된다"고 당부했다. 김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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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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