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이응노미술관 전경.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대전 이응노미술관 전경.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미술 소장품 중 고암 이응노 화백 작품 일부가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되면서 뒤늦게 후폭풍이 불고 있다. 특히, 대전시 등을 비롯한 관련 사업소에서 작품 확보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 4월 말 광주시는 이건희 컬렉션 중 김환기와 오지호, 이응노, 이중섭, 임직순 작가 등의 작품 30점을 이 전 회장 유족 측으로부터 광주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기증받았다. 유족 측이 기증한 작품 가운데 광주민주화운동 직후 시위 군중을 표현한 `군상` 시리즈로 알려진 이응노 작품 11점도 포함됐다. 유족 측은 시립미술관 운영에 기여하기 위해 고인의 미술 소장품 중 광주에 연고를 둔 작고 작가들의 대표 작품 위주로 기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응노미술관이 대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암의 작품을 쉽게 타 지자체에 넘겨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응노미술관 측은 "이건희 컬섹션 향방에 대해 공식적으로 받는 내용이 전혀 없다"며 "당시에 언론보도를 통해 고암의 작품이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된 것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시 한 관계자도 "작품 기증을 희망한 유족 측 의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응노미술관이 대전에 있다는 이유로 기증을 강제할 수 없다"며 "광주시와 이건희미술관 측도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외부로 알리지 않고 서로 물밑작업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 미술계에서는 이 전 회장 유족 측을 설득해 이응노 화백의 작품이 대전에 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역 미술계 한 관계자는 "이응노미술관에서 기존에 소장한 작품을 타 지자체에 기증한 것은 지역 교류·협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건희 컬렉션은 상황이 다르다. 최근 논의되는 이건희미술관 유치를 차지하더라도 이응노 작품 확보를 계기로 삼성 측과 서로 교류전을 열 수 있다"며 아쉬워했다.

또 다른 지역 미술 관계자는 "시 측이 유족들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손해"라며 "이건희 컬렉션 소수의 작품이 대전시에 오면 이건희미술관 유치 당위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과 울산, 경남은 정치권에서도 미술관 유치 등 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의기투합하는데 충청권은 이러한 모습이 없어 아쉽다"고 꼬집었다.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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