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학생부종합전형
지난해 인문계는 인문학, 자연계는 의·치·한 전공 지원 증가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고교생활 전반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험생들은 변화된 수업 환경과 축소된 비교과 활동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에 위축될 수밖에 없던 한 해였다. 지난 2년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대학들의 전공별 지원 추이를 살펴보고 올해 고3 학생들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알아본다.

진학사에 따르면 코로나가 없었던 2020학년도와 코로나 영향을 받은 2021학년도, 서울 주요 대학 11곳의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 중 전공그룹별 지원율을 비교해본 결과 인문계열에서는 경영·경제, 사회과학 그룹이 하락했고, 철학·사학 등이 속한 인문학 그룹 지원은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입시 전문가들은 인문계 학생들의 수학 교과 점수 하락이 인문학, 어학 분야 지원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영·경제와 사회과학 그룹은 수리적 사고력이 필요해 수학 교과 성적이 중요한데,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의 첫 대상인 2021학년도 인문계열 수험생들은 고2 때 자연계열 수험생들과 수학을 같이 이수하면서 수학 석차등급이 전년도 수험생보다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교과 말고는 학업역량을 드러내기 어려웠던 전년도 상황에서 수학 교과 점수는 종합전형 지원에 부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 전공 그룹도 하락했는데, 교육 그룹에는 국어교육, 영어교육, 교육학 등 인문계열 그룹과 수학교육, 가정교육, 과학교육 등 자연계열 그룹이 모두 포함돼 있다. 교육학의 경우 멘토·멘티, 봉사활동 등 대면활동을 통해 전공에 대한 적합성을 판단하게 되는데,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축소되면서 교육학에 대한 적합성을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됐다. 학생들은 대면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학생부종합전형에 자신 있게 지원할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연계열 그룹에서는 기계 전공 그룹만 소폭 하락했고, 나머지 대학들은 대체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의·치·한의예 지원 비율 증가가 두드러졌다. 전기·전자·컴퓨터, 화공·고분자·에너지, 화학·생명과학·환경 등에서도 상승 경향이 나타났고, 이는 의약, 바이오, 친환경에너지, AI 등 미래 산업 전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온라인수업, 비교과 활동 축소 등으로 개별 학습 시간이 많아지면서 수학, 과탐에서 수능과 연계한 과목 혹은 부족한 단원을 집중 학습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그 과정에서 최상위권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정시에 대한 부담을 덜고, 수시에서는 희망 전공에 공격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전공별 지원 성향은 지난해와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문, 자연계열 모두 지난해 나타냈던 그룹별 지원 성향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오히려 그 성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정시모집은 지난해보다 늘고, 수시 종합전형에서 비교과영역 대학 제공 축소, 자기소개서 단순화 등의 이유 때문에 학생들이 전공과 연관된 교과 성적에 더욱 의미를 둘 곳으로 추정된다.

허철 진학사 수석연구원은 "인문계열 수험생 중 상경계열, 사회과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라면 고2 때까지의 결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향후 발전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공격적인 지원 카드를 1, 2장 고려해 보는 것이 전략일 수 있다"며 "반대로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수시 종합전형에서 희망 전공을 너무 과감하게 지원하기 보다는 차선책도 고려해 유사전공에 대한 지원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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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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