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헌 공주대 교수
진종헌 공주대 교수
2014년 일본 도쿄대의 마스다 히로야교수가 `지방소멸`을 주장하면서 `지방소멸`담론은 일본사회를 한차례 강타한 이후 곧이어 한국에도 상륙했다.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간한 `한국의 지방소멸 2018`보고서에서 전국 228개 시군구 중 89개(39%)가 소멸위험지역이라고 발표한 이후 지방소멸담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였다. 최근 몇 년 사이 지방쇠퇴의 현실을 상징하는 친숙하고도 보편적인 용어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KBS시사기획 창에서는 `소멸의 땅`이라는 제목으로 지방소멸의 실태를 심층적으로 진단했으며, 지난 6월에는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지원대책을 담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시행령`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처럼 지방소멸담론은 지역의 위기를 알리고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리가 `지방소멸`담론을 지나치게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빅카인즈(bigkinds) 키워드 분석에 따르면, 2015년 단 몇 건에 불과했던 시방소멸관련 기사건수는 2018년에 1000건을 돌파하고 2020년에는 1600건에 달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방소멸론의 원조인 일본사회의 지방소멸 대응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한 가지는 소멸해가는 지방을 살리기 위해 가임기의 젊은 여성인구를 늘리고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지방소멸을 큰 틀에서 피하기 힘든 구조적 전환으로 받아들이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방의 공간구조를 개편해 나가자는 주장이 제시되었다. 아베신조 정권은 2014년부터 `지방창생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앞서 언급했듯이 `저출산 극복을 위한 지방활성화전략`(마스다 보고서)에 주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 `선택과 집중`은 지방으로 인구를 유입시킬 수 있는 거점으로써 지방중핵도시에 대한 집중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같은 맥락에서 61개의 지방중추거점도시가 선정되었다. 즉, 그 이하의 소도시 혹은 마을단위에서는 공공서비스의 공간적 집중과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본의 지방소멸담론과 그에 따른 `선택과 집중`은 신자유주의 공간구조조정을 위한 밑그림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같은 측면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소멸담론은 쇠퇴지역을 위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효과적인 근거이지만 동시에 경쟁력이 약한 소도시와 마을의 공공서비스기능을 축소할 수 있는 잠재적 근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쇠퇴지역에 압축도시(컴팩트시티)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적용된다면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이같은 방향의 국토공간 재조정이 장기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소멸`이라는 표현 자체가 사실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며, 지방소멸론의 근거가 되는 소멸위험지수(65세 이상 인구대비 가임여성 비율)가 얼마나 적절한 근거인지는 의문이다. 즉, 출산율이 지방소멸의 척도라는 의미라면 이는 일종의 논리비약이다. 사실상 서울의 출산율은 전국 꼴찌수준이어서 어떤 면에서 가장 소멸위험이 큰 지역이다. 더 나아가 인구감소를 쇠퇴의 절대지표로 생각하는 관점에서 한층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앞으로 지방의 많은 곳들은 주민등록 인구보다, 관광 및 여행객 등을 포함한 체류인구를 중시하는 전략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고,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단기적인 대책을 넘어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중장기적 전략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방소멸론의 매력과 위험성을 균형 있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비판적으로 도입한 일본의 지표가 아니라, 한국의 현실과 비전에 맞는 지방소멸위험지표개발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진종헌 공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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