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

김진숙 대전시약사회 약학한약이사
김진숙 대전시약사회 약학한약이사
지난 몇 주간 약국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는 단연 타이레놀이었다. 하루 문의전화의 반은 타이레놀 재고 수량이었고 약국을 돌며 약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타이레놀 원정대`까지 보였다. 약이 떨어졌다는 말에 당장이라도 큰일이 날 것처럼 발을 동동 구르는 어르신들을 보고 있자면 내 속도 같이 타들어 갔다. 같은 성분의 약이 있다고 외쳐보지만 타이레놀이 아니면 약효가 없을 것 같은 믿음이 이미 환자들 마음속에 뿌리내린 것 같았다.

그럼 이 혼란의 주인공인 타이레놀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백신 접종 시 소염 작용을 하는 해열진통제(NSAIDs)가 백신의 효과를 감소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소염 작용을 뺀 순수 해열진통제 즉, 아세트아미노펜의 복용이 권장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다른 NSAIDs 약물에 비해 위장 장애가 적어 해열진통 효과가 필요한 사람에게 일차적으로 안전하게 사용된다. 심지어 임산부도 복용 가능하다. 대표적인 제품으로 타이레놀이 있다.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 500㎎과 650㎎ 서방정의 형태가 있다. 500㎎의 경우 속효성으로 빠른 효과를 나타내는 특징이 있다. 생리통, 두통, 치통처럼 갑작스러운 통증에 적합하다. 만 12세 이상의 소아·성인의 경우 1회 1-2정을 4-6시간 간격으로 복용하게 돼 있다. 하루 최대 용량은 8알로 간독성이 있어 그 이상 복용하면 안된다. 650㎎ 경우 두 층으로 이뤄져 있다. 위층은 빠르게 붕해되고 아래층은 서서히 붕해되므로 뭉근하게 지속되는 만성 통증에 적합하다. 지속 시간은 8시간으로 1-2알을 한 번에 복용하며 하루 최대 6정까지 복용 가능하다.

그렇다면 꼭 타이레놀만 먹어야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아니다. 타이레놀은 아세트아미노펜을 성분으로 하는 상품의 한 종류일 뿐이다. 원래의 권고사항은 아세트아미노펜의 복용이지 타이레놀(제품)의 복용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동등한 효과를 내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 진통제 70가지를 발표했다. 국산제품 중에도 가격과 효과면에서 뒤지지 않는 제품들이 많이 있다. 만약 초반에 상품명을 직접 거론하기보다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을 복용하라는 발표가 있었더라면 불필요한 혼란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꼭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간혹 백신 맞으러 가기 전에 미리 약을 복용하고 가면 좋다는 루머에 대한 이야기다. 잘못된 생각이다. 미리 해열제를 복용하는 경우 백신을 맞기 전 미열이 있어도 해열제로 증상이 감춰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사전 검사가 이뤄질 수 없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백신 접종 후 증상 예방을 위해 미리 항염증제 또는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는다. 접종 직후보다는 8-12시간 후에 부작용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 진통제를 복용하면 된다. 백신 접종 후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오한, 근육통, 무기력증, 주사부위의 통증 등이 있다. 만약 백신 접종 후 팔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냉찜질을 해주면 좋다. 통증이 심할 경우 참는 것보다는 해열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낫다. 미열이 지속될 경우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수분 섭취를 계속 해주는 것이 좋다. 만약 39도의 고열이 지속되거나 두통, 전신 통증, 알레르기 반응(두드러기나 발진, 얼굴이나 손 부기)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상 반응의 증상들이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정도라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해열진통제가 가정마다 구비되다 보니 부작용 없이 지나가는 경우 실제 복용하지 않은 약들이 생기게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제품에 찍혀 있는 유효기간을 꼭 확인하고 직사광선을 피한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된다. 단, 냉장고 안에 보관하는 것은 안 된다. 냉장고 안은 습도가 높기 때문에 냉장 보관이라는 별도의 설명이 있지 않으면 대부분의 약은 실온 보관이 원칙이다. 또한 은박지 안에 들어 있는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까놓은 상태로 보관하게 되면 습도와 외부 오염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디 백신 접종이 무사히 완료되고 마스크 없이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길 기다려 본다. 김진숙 대전시약사회 약학한약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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