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산을 오르다 보면 등산로에 약수터가 하나씩은 있어, 지나가는 이들의 갈증을 달래준다. 우리나라는 물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지만 `물 부족`이라는 말이 와 닿지 않을 만큼 `깨끗한` 생활용수 및 음용수가 일상에 잘 보급되어 있다. 산기슭에서 종종 발견되는 약수터나 `깊은 산속` 옹달샘은 풍부한 지하수량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지하수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미네랄이 풍부한 광천수, 톡 쏘는 청량감을 가진 탄산수, 따뜻하게 몸을 풀어주는 온천수 등을 우리는 일상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탄산수는 특유의 청량감과 독특한 물맛으로 국내외에서 꾸준히 수요가 유지되고 있으며, 당분과 열량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다이어트와 접목된 다양한 활용법이 유행하고 있다. 실로, 요즘과 같은 뜨거운 여름, 한잔의 시원한 탄산수는 더위를 날리고 출출함을 가시는 기분을 즐길 수 있게 한다. 탄산수는 용존이산화탄소가 다량 존재하며, 낮은 산도와 높은 미네랄 성분을 가지고 있다. 탄산수를 마셨을 때 느껴지는 청량감과 포만감은 바로 용존이산화탄소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마시는 판매용 탄산수가 아닌, 약수터의 천연 탄산수는 맛과 성분에 있어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탄산약수터에서 관찰되는 탄산수는 지질매체와 활발하게 반응한 물을 통해 높은 농도의 철과 망간, 칼슘이온을 가지고 지표로 나온다. 이때 이들 성분이 공기와 닿아 산화가 이루어지면서 빨갛고 검은색의 침전물이 만들어진다. 특히 지질매체의 조성광물 종류에 따라 칼륨과 황산염 성분이 탄산수에 많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바로 이러한 성분들이 천연 탄산수의 물맛을 짜게느껴지도록 한다. 탄산수의 용존 이산화탄소 농도는 판매용보다 약수터가 낮은 경우가 많다. 그 때문일까? 처음 약수터의 탄산수를 마시게 되면 쇠비린내와 낮은 탄산도, 짭쪼름한 물맛 때문에 선뜻 다시 시도하기에는 망설여진다. 이런 경우 탄산수 온천탕에 입욕을 하며 탄산수와 친해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5℃~35℃ 내외 수온을 가지는 시원한 탄산욕탕에 들어가 피부에 형성되는 기포를 관찰해 보면,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친근한 기분이 온 몸에 퍼질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는 오랫동안 탄산수 용존성분의 기원과 거동특성, 형성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한국의 자연기원 좋은물 발굴, 확보 및 가치고도화` 연구를 통해 전국의 탄산수 자료를 수집 및 해석하고 있다. 연구지 가운데 하나인 충북 충주시 앙성면의 온천지구는 작은 지역 안에 알칼리성 비탄산온천, 탄산온천, 유황탄산천이 몰려 있다. 금과 중석, 몰리브덴이 개발되기도 했던 과거 광산 근처에서 산출되는 여러 종류의 지하수는 이곳의 수문순환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호기심을 가지게 한다. 많은 연구자들이 탄산수의 이산화탄소 기원이 맨틀 깊은 곳에서 유래했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는데, 열수광상의 흔적이 남아있는 충주시 앙성온천지구 연구를 통해 탄산수 형성을 이해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탄산수의 수질특성과 대중적 인기에 주목한 국내외 기업들은 피부미용 효과를 높이고자 탄산수의 이산화탄소와 미네랄 성분을 넣은 화장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시원한 목 넘김과 건강음료로 인기를 누리며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탄산수는 이제 `고부가가치를 지닌 지하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에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금 우리에게 활용되는 지하수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번 여름은 시원한 탄산수를 마시며 탄산천에 들어가 오랜 세월이 전해주는 휴식을 누려보는 것이 어떨까? 최한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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