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어제 세종시 대선 공약 발표회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와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 국민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하 의원은 "청와대는 서울에 그대로 두고 국회만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꼼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며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대선과 동시에 국민 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20년 묵은 수도 이전 논란을 해결하는 확실한 방안"이라고 했다. 하 의원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수도 이전 국민투표` 주장은 뜬금없어 보인다. 무용한 논란을 부추기면서 배가 산으로 가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감도 든다.

대선과 세종시 수도 이전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주장은 일면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인 제약과 또 다른 비생산성, 매몰비용 등을 발생케 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 의원 시나리오대로라면 이제까지 진전시켜온 세종의사당 설치와 관련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 논의를 버리자는 얘기다. 이 법안과 관련해 정치권은 올 상반기내 본회의 처리에 컨센서스를 모아가고 있고 국민여론도 이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터에 수도 이전 국민투표 제안은 그동안 국회차원에서 기울여온 노력의 무력화를 전제하게 된다. 그럴 만한 실익도 담보되지 않는다. 또 국민투표 절차법인 현 국민투표법 14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이를 개정하지 않으면 국민투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그러니 하 의원도 국민투표법 개정이라는 단서를 단 것 아닌가. 그렇다면 언제 국민투표법을 개정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여야간 쟁점이 없을 리 없다. 종국엔 세종 국회분원만 공중에 떠버리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고 손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 모른다. 그리고 설령 국민투표가 가능한 환경이 돼도 `중요정책`으로 할 것인지 혹은 `헌법개정안`으로 할 것인지도 애매모호하다.

지금은 세종의사당 설치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답이다. 공청회나 국회 용역 등을 통해 확인됐듯이 상설특위를 비롯해 소관 부처가 세종청사에 있는 11개 상임위를 세종으로 옮기는 게 가장 실효적이다. 이 방안은 종전 헌재 결정례와도 상충하지 않는다. 여야가 한 고비만 넘으면 세종의사당 초석을 놓는다. 이를 외면한 채 하 의원은 왜 딴청을 피우려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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