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후쿠시마 오염수 국내영향 미미' 보고서 작성 연구원에 '경고'
"정부 입장과 배치돼 징계위원회 회부"…노조·학회 반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내부 연구자를 `경고` 처분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원자력연은 부서장 승인 절차 없이 내부 자료를 공개한 연구자를 질책했다는 입장이지만, 연구 현장에서는 보고서가 정부 입장과 다르기 때문에 외압이 작용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17일 원자력연 등에 따르면 원자력연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쓴 A 박사를 징계위원회에 지난달 회부했다. 부서장 승인 없이 내부 자료를 한국원자력학회에 제공했고, 보고서가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데도 학회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됐다는 이유에서다.

학회가 항의 공문 등으로 즉각 반발했지만, 원자력연은 이달 초 A 박사를 `대외자료 제공 및 업무수행지침 위반`으로 `경고` 처분했다. 당초 견책 처분이 내려졌으나, 장관 표창이 있다는 이유로 경감됐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한국원자력연구원지부도 "정부가 발표한 내용과 배치됐기에 외압에 의해 징계를 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보고서 내용이 정부 입장과 일치됐다면, 과연 징계했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학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정부의 입장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진행한 명백한 표적 징계이자 학술 활동의 자율성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떠한 역할을 했고, 어떤 입장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자력연 측은 "해당 부서장의 요청으로 조사가 시작된 것이라 표적 징계는 말이 안 된다"며 "대외공개 절차를 위반한 것이 확인돼 경고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5000명 회원을 상대로 항의 서명을 받는 등 반발 조치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학회는 지난 4월 보도자료를 내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과도한 공포 조장을 자제하라"며 "일본 정부 방침대로 30-40년에 걸쳐 조금씩 방류하지 않고 저장 상태 그대로 1년 동안 모두 바다로 내보낸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방사선 피폭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해 파장을 낳은 바 있다.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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