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사당 여야 합의에도 늑장만
선거 때마다 '단골' 더는 용납 못해
공약 지키지 못한 정치인 배제돼야

장중식 취재 1부장
장중식 취재 1부장
세종특별자치시를 정점으로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그리고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세 가지 화두에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의 이견은 없었다.

집권여당발로 시작된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은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화룡점정`으로 평가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세종시 집값 상승률이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폐해가 적지 않았지만, 그 명분만은 공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던 구호는 진정성에 물음표가 하나 둘 늘어만 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회법개정안을 올 상반기에 처리하기로 합의해 놓고, 이런 저런 이유로 적극적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 세종의사당 설치에 미온적 입장을 취해온 국민의힘은 당내 최다선 의원인 정진석 의원이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세종의사당 설립에 불씨를 살렸다.

여야 합의에 따라 127억 원에 이르는 설계비 반영은 물론, 공청회까지 절차까지 모두 마무리하면서 세종시법 개정안은 9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국민도, 여론도 아닌 그들 자신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운영위 구성이 안되었기 때문에 관련법안을 다룰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고, 신임 대표 선출까지 마친 국민의힘은 `아직까지 정확한 현황 파악이 안되었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여야 논의 끝에 정진석 의원 안 처리로 조율까지 마무리한 마당에 관련법 처리를 미룰 명분이 또 무엇이었을까.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이 1인 시위를 벌이며 법안 통과를 요구한 배경에 화답을 하지 못한 속내가 궁금하다. 속된 말로 `세종은 특별한 도시=정치권은 특별한 이유`가 맞아 떨어진 것일 지도 모른다.

지난 15일 국회를 찾아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한 이 시장은 1인 시위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더는 논의를 통해 찬반 의견을 정리할 수 없다면 이제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표결을 통해서라도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말은 곧 자신이 속한 집권당에 대한 요구이자 경고다. 180석에 이르는 의석 수를 준 국민의 뜻에 부합하라는 의미다. 이 시장은 특히 "지난해 여야 합의로 예산이 편성된 것은 올해 설계에 들어가겠다는 국회의 의지 표현이자, 국민과 약속"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말 또한 정치권이 스스로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리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다. 국회가 국회법 개정안을 상반기 내에 처리하지 않을 경우, 또 한 차례 세종은 정치권 셈법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국회 일정상 7월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는다. 단 한차례 임시회가 있지만, 국회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오를 확률은 적어 보인다.

여야가 지도부 구성을 모두 마친 6월 현재, 정계는 `대선 판짜기` 흐름으로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이로 인해 6월 국회에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문제가 대선용으로 전락해 표류할 우려가 크다.

과거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위헌, 그리고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명칭으로 냉·온탕을 오갔던 세종. 정치권 위정자들에게 세종은 한낱 `선거용 특수`에 지나지 않았음은 충청을 비롯, 모든 국민들이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완성 시민연대 등 세종을 중심으로 타오르기 시작한 `행정수도완성`에 정치권은 또 다시 `두 얼굴`을 보여서는 안된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충청권 표심을 얻기 위해 후보는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공약했던 사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변하고, 선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해 버리는 정책은 더 이상 정책이 아니다.

3년간 917억 원에 달하는 세종시 주요부처의 업무출장비를 거론치 않아도 좋다. 설계기간만 2년, 여기에 공사기간 3년에 달하는 국회세종의사당 사업이 더 이상 정치적 셈법에 따라 흔들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변화와 개혁을 화두로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는 그들이 먼저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장중식 취재 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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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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