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성대로 8km 구간 BRT 공사 진행 가로수 183개 중 106개 이전
식재 비용, 후보지 논의 없어, 방동저수지 식재 요청도 흐지부지

유성구 북유성대로 일원 낙우송. 사진=네이버 거리뷰
유성구 북유성대로 일원 낙우송. 사진=네이버 거리뷰
2015년 산림청이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숲인 대전 유성구 북유성대로(월드컵네거리-남세종IC)에 식재돼 있는 낙우송 106그루가 갈 곳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16일 대전시와 유성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외삼-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 공사가 첫 삽을 떴다. 외삼동(반석역)에서 세종까지 운행 중인 BRT 노선을 건립 예정인 유성구 구암동(유성복합터미널)까지 연결하는 것이 사업의 주요 골자다. 총연장 구간은 6.6㎞다. 이 중 반석역 네거리에서 월드컵네거리에 달하는 5km 구간은 중앙 분리용 가로수 낙우송 183그루가 심어져 있다.

이 곳은 가을철 수려한 경치로 지난 2015년에는 산림청이 실시한 `녹색도시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전국 1위인 최우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인상 깊은 구간이다.

그러나, 대전시가 BRT 공사과정에서 낙우송 106그루를 모두 드러낼 예정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상당하다. 시 측은 공사 이전에 낙우송 100여 그루를 옮겨 심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예산 편성은 커녕 이전 식재지와 공사 시기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해당지역 관할 구청인 유성구가 관광 자원 활용을 위해 유성구 방동저수지 일원에 낙우송을 옮겨 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대전시 측에 의견을 구했으나, 시 측이 확답을 주지 않으면서 적절한 식재 장소와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방동저수지 개발 사업은 지난달 본격적인 계획안을 발표하는 등 이미 윤곽을 드러낸 만큼 이전 대상지가 될 수 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유성구 한 관계자는 "방동저수지 조성 사업은 개발 제한 구역을 비껴 가느라 계획안을 3차례나 바꾼 상황"이라며 "지금 저수지에서 식재 장소를 모색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 낙우송 거리는 유성구의 자랑이자 관광 명소인데, 식재지와 시기도 정해지지 않아 정말로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전시 한 관계자는 "낙우송의 처분은 공식적으로 협의된 게 없다"며 "해당 구간의 공사 계획이 확정되면 이식 비용은 공사비에서 편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한 원예 전문가는 "지금 청주의 명물이 된 플라타너스 가로수도 도로 공사로 잘려나갈 뻔 했으나 시민들이 강력 반대를 해서 살아남았다"며 "시측에서 바깥쪽 토지를 추가 매입하고 식재해 명소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에서 처음 가로수로 조성한 나무가 바로 낙우송"이라며 "나무도 아름다울뿐더러 가을에는 단풍 색감도 수려하다. 잘 가꾸고 유지하면 대전의 명물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박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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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단풍으로 물든 낙우송이 북유성대로를 따라 심어져 있다. 사진=네이버 거리뷰
지난해 11월 단풍으로 물든 낙우송이 북유성대로를 따라 심어져 있다. 사진=네이버 거리뷰

박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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