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아트랩대전' 첫 주자 김재경 작가
'도량'의 중의적 의미 새롭게 해석해 경험의 총체 구현
기하학적인 패턴의 소환·변용 통해 긍정, 치유 선사

김재경 작가
김재경 작가
"인간이 구축하는 형태적 경계를 표현한 작품들을 보고 느끼며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8일 이응노미술관 M2프로젝트룸에서 개막한 `2021 아트랩대전` 첫 주자로 김재경(사진·39) 작가가 오는 29일까지 `도량형`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제목은 `도량`이라는 단어가 가진 중의적 의미를 총체적으로 녹여냈다. 김 작가는 지난 여름 사찰을 산책하다 불도를 수행하는 공간을 뜻하는 `도량`과 사물의 길이와 들이를 담아 재는 도구를 의미하는 `도량`의 발음이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각각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사물과 공간 속에서 각자의 특성으로 살아가며 얻는 경험의 총체를 구현하고자 했다.

김재경 작가는 디자인의 개념과 현대미술의 설치 개념을 오가며 아이디어와 개념적 생산에 주목해 왔다. 추상적 이미지를 실용적인 사물에 붙여 개념화하는 작업부터 실용적인 사물을 해체하거나 변용하는 작업을 통해 인간 안팎의 관계를 시각 언어로 정립한다. 그의 감각이 두드러지는 작품 `무덤-그릇`은 `그릇`의 형태를 거꾸로 뒤집어 `무덤`과 `배`의 기능으로 전환함으로써 요람에서 태어나 그릇과 배를 통과해 무덤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연출했다.

이번 전시는 전체적으로 환한 톤의 작품을 전시해 가볍고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연이라는 소재에 김 작가만의 시선과 기법을 녹여 원형적이고, 사유에 가까운 작업을 하고자 했다. 여기서 `도량형`은 부드러운 물질과 유연한 선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이렇듯 기하학적 용법의 소환과 변용으로 안과 밖의 `자연스러움`을 매개함으로써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이에게 긍정과 치유를 선사한다. 그는 "이번에는 밝은 느낌을 줌으로써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연출하고자 전체적으로 밝은 톤을 택했다"며 "이를 통해 다 함께 근심과 걱정을 덜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회에서 눈여겨볼 점은 `한국성`이다. 김 작가에게 `한국적 모티브`는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전통과 현대성을 조합해 다각성을 창출해 내는 개념이다. 그는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는 과정에서 한국적인 것들이 소실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대로 흘려보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작품에 한국적 모티브를 들임으로써 우리 전통이 고루한 것이 아닌, 충분히 혁신적으로 와닿을 수 있게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합판에 설계된 드로잉을 따라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한지를 붙인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김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전통의 느낌으로 현대의 공간을 구현해 우리나라 고유의 특색을 새롭게 연출한다.

그는 "이번 전시는 다양한 설치감과 미술관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이감으로 평소 머릿속에 그려왔던 작업물을 연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새롭게 시도해보고자 했던 다양한 작업과 실험으로 한 차례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이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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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아트랩대전` 첫 주자 김재경 작가 전시 포스터. 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2021 아트랩대전` 첫 주자 김재경 작가 전시 포스터. 사진=이응노미술관 제공
김재경, 빛-기둥 No.1-4, 2020, 종이, 나무, 3D프린팅, 조명, 4EA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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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영원의 지금에서 새롭게 파악된 것, 2021, 종이,나무, 600×600×100cm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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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경, 하이픈 점,2021, 종이, 목재, 1050×675cm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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