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남서울대 교수·㈔대한건축학회 부회장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대한건축학회 부회장
며칠 전 어느 일간지에서 최근 점증하고 있는 도시재생의 성패 논란을 다룬 기사가 나온 것을 보게 되었다. 2017년 시작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현 정부 역점사업 중 하나인데 5년 정도 지나오면서 직접적인 사업 효과를 지역주민들이 실감하지 못하고 진전 또한 더디다 보니 이런저런 불만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심층 취재한 것이었다. 국내 도시재생 사례들을 접하면서 이전의 도시 재개발에서 보지 못하던 신선한 충격도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 그 이면에 현행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우리 도시가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감출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을 폐기할 수는 없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의 개념은 원래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쇠퇴한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흥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서구 선진국에서 급속한 도시확장의 여파로 발생하는 도심 공동화 현상을 극복하고자 등장했다. 신도시 위주의 도시 확장에 따라 발생하는 도심 공동화를 극복하고 침체된 도시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환경 개선뿐 아니라 산업·경제·사회·문화적 활성화도 필요함을 인식하고 총체적인 접근을 구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뉴타운 사업을 대체하고 낙후된 도심 기능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개념으로 관심을 받게 되었다. 도시재생은 도시경제 기반형과 근린형의 두 가지가 있는데 도시경제 기반형 재생은 노후 산업단지 등을 주변지역과 연계해 복합 정비·개발함으로써 경제적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곳에 지정한다. 역세권 개발, 공공청사와 군부대 등 이전지 복합 활용, 문화·관광 자산 활용 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근린형 재생은 기존 재개발 사업처럼 낙후한 근린 주거지역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특색을 살리는 정책을 말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근린형 재생인 것 같다. 도시 정주지 환경을 보존하면서도 그 가운데 낙후된 물리적 환경의 개선과 경제·사회·문화적 변화를 이끌어 냄으로서 정주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에 있어서는 기존 도시공간구조를 존치하면서 도시 기능에 가장 문제가 되는 도시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 개선은 힘들어졌고 환경 미화 수준의 환경 개선에 그치고 있으며 공동체 구성원 참여를 위한 프로그램들은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물론 도시재생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려면 최소 10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논란은 다소 성급한 주장도 있고 이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이 현행 도시재생 사업의 실현 단계에서 나타나는 많은 부작용을 전적으로 합리화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작용들은 도시재생의 개념이 갖고 있는 원초적 한계에서 초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현재의 도시재생 사업 추진 과정이 갖고 있는 한계에서 초래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재개발이나 도시재생 중 어느 한 모델로 편향, 추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우리에 한 세기 앞서 산업화를 이루었고 이에 따라 정치, 사회, 건축문화가 발전해 왔던 서구와 달리 급속한 압축성장을 해온 우리나라는 서구 건축문화에 기반한 도시재생의 개념을 아무런 여과도 없이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도시재생은 죄가 없다. 도시재생을 재개발에 대한 보완적 개념이 아닌, 대항적 개념으로 내세웠던 사람들이 그 원인자들이다. 또한 대전 소제동 철도관사촌 문화 재생 클러스터의 경우 기존 건축물들의 보존, 유지에 대한 공동체 합의를 모으는 지난한 과정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 본다면 도시재생은 단기간의 추진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일방의 추진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재생은 시간을 먹고 산다.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대한건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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