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 원장
나용길 세종충남대병원 원장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사망률 1위 질병은 암이다. 암을 장기별로 나누면 비율은 달라지겠지만 여전히 암은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등과 함께 한국인의 건강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다. 암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치료하는 것보다 사전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환자의 생존율을 제고함은 물론 경제적인 면에서도 효과적이다.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를 보면 1-2기에서 발견됐을 때는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지만, 원격전이가 있는 4기의 경우 30%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췌장암의 경우 우리나라 암 발생률 10위 안에 들어 결코 드물게 발생한다고 말할 수 없는 암이지만, 아직 적절한 조기진단 방법이 없고 효과적인 치료법도 없어서 5년 생존율이 8% 정도이다. 따라서 국가 암 검진사업은 유병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서 조기진단 검사법이 있고 조기에 치료했을 때 생존율이 개선되는 암이어야 한다. 오래전부터 시행해 온 서구 유럽이나 일본은 주로 자궁경부암, 유방암, 대장암을 대상으로 암 검진사업을 시행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5대 암 검진사업을 시행해왔고 최근 폐암 검진이 추가됐다.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암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위암 발생률이 높지 않은 미국, 유럽의 국가들은 위암 검진사업을 시행하지 않고 학회들도 위암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수준의 위암 발생률을 보이며 위암 검진사업을 실시한 일본의 연구 결과를 보면 위암 검진은 위암 사망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내시경 검사가 도입된 이후 위암 검진의 조기 위암 발견이나 생존율 향상에 큰 진전이 있었다. 현재 국가 암 검진사업에서 위암 검진은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만 40세 이후의 성인 남녀는 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 검사를 받기를 권고한다. 물론 위궤양이나 심한 위염 등이 있다면 2년에 한 번이 아니라 의사의 판단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

대장암의 경우 대변을 이용한 분변잠혈검사의 효과는 증명됐으며, 대장내시경을 이용한 검진의 경우 대장암의 전구 병변인 선종성 용종을 조기에 제거함으로써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여려 연구에서 확인됐다. 현재 국가 암 검진에서는 분변잠혈검사를 우선 실시하고 양성이 나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연관 학회들의 권고안은 이와 다르다. 국립암센터와 연관 학회의 5대 암 검진 권고안을 살펴보면 무증상의 만 50세 이상 성인 남녀에서 5-10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하고 있다.

유방암, 자궁경부암은 각각 유방촬영술, 자궁경부세포검사를 이용한 검진으로 암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는 근거가 충분하지만 시작 및 종료 연령, 검진 주기 등에 이견이 있다. 특히 유방촬영술의 경우 우리나라 폐경 전 여성에게 흔한 치밀유방 소견이 진단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유방 초음파 검사를 같이 시행하면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 현재 국내 유방암 검진 권고안은 만 40세 이상 여성에게 2년에 한 번 유방촬영술을 받도록 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만 20세 이상이면서 성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 1년에 한 번 자궁경부세포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간암 검진은 무증상의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간경변이나 만성 B형, C형 간염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간암 고위험군 환자에게 알파피토단백과 간초음파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아직 고위험군에서도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 폐암 검진은 2019년 8월부터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국가 암 검진에 포함됐다. 검진 대상인 고위험군은 만 54-74세 국민 중 직전년도 건강검진 또는 금연치료 지원사업 문진표에 30갑년(1갑년-1년간 하루 20개 피씩 흡연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 담배 소비량) 이상 흡연력을 가진 현재 흡연자로 기록한 경우다. 검사로는 흉부 X선 검사는 한계가 있고 저선량 흉부 CT 검사가 추천된다. 앞서 언급한 여러 종류의 암 검진은 암으로부터 나와 가족을 보호하는 지름길이다. 잊지 말고 꼭 받길 권한다. 나용길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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