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0일부터 술 이름 새긴 옥외 광고 금지
소상공인들 "외식업계 더 침체될 것" 우려
"해악 비슷한 담배처럼 규제 늘려야" 긍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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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라 이달 말부터는 음식점 간판이나 건물 외벽, 옥외 등에서 주류 광고가 금지된다. 주류 광고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려는 조치인데, 이를 두고 코로나19 타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자영업과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외식업계가 더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반면 이미 대부분의 광고가 막혀 있는 담배처럼 해악이 비슷한 주류에 대한 광고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13일 지역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오는 30일부터 외부 주류 광고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주류 업계는 물론 자영업, 소상공인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39) 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난 데다가 유흥시설에서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면서 버티기 조차 힘든 상황"이라며 "여기에다 술 광고마저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면 장사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씨가 운영하는 이 주점 외벽에는 특정 주류 브랜드의 소주와 맥주 광고물이 부착돼 있고, 입구를 비롯해 곳곳에 술 브랜드 이름과 술병 모양으로 된 광고 풍선도 여럿 세워져 있다.

하지만 앞으로 법이 시행되면 모든 광고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부분의 옥외 주류 광고가 금지된다. 대형 건물 외벽 간판을 비롯해 가계별 입간판 등 술 브랜드 이름과 술병 그림 등 주류 광고를 더 이상 내걸 수 없다.

유성구 봉명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모(42) 씨는 "정부 조치로 인해 애꿎은 자영업자들만 더 타격을 입게 될 게 뻔하다"며 "유명 연예인들이 홍보하는 술 광고판을 보고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들도 많은데, 이제 그런 효과도 누릴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주류 회사의 경우 영업·운반 차량을 통한 주류 광고를 할 수 없고, 행사 후원 시 브랜드명을 전면에 내세울 수 없다. 지역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주류 회사명만 표시할 수 있기에 사실상 마케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비중이 커지면서 업계가 코로나19 이전 매출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에 주류 광고 규제 강화에 업계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며 주류 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음주가 흡연과 함께 인체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담배 광고 규제와 비교해 주류 광고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지적이다.

서구 탄방동 이모(30) 씨는 "담뱃갑에 각종 암 등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경고 사진을 붙여 놓는가 하면, 외부 광고뿐만 아니라 소매점 내 내부 광고의 외부 노출도 막는 것으로 안다"며 "담배 못지않게 몸에 좋지 않은 술에 대한 광고 규제가 그동안 너무 약했던 게 아닌가 생각된다. 규제를 더 강화해 주류 광고로부터 어린이나 청소년들을 차단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음주 관련 질환 사망자수는 매해 4000-5000명대에 음주운전 관련 사고도 매해 20만 건 이상 발생하는 등 사회적인 피해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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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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